[사랑이피어나는곳에] “제가 못 받은 사랑 주며 잘 키우고 싶은데…”

(가톨릭평화신문)
▲ 박선미(가명, 오른쪽)씨와 생활복지사 최은별씨가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저도 부모한테 버림받았는데, 그 아픔을 어떻게 아기에게 똑같이 주겠어요?”

이제 엄마가 된 지 100일이 막 넘은 박선미(가명, 38)씨 눈물이 아기의 볼에 떨어졌다. 박씨는 미혼모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생명의 집’에 오기 전까지 고시원에서 살았다.

아기를 낳기 일주일 전까지 배 속에 생명이 있는 줄 몰랐다. 10년째 조울증약을 먹고 있는 그는 살이 찌고 생리가 멈춘 게 약의 부작용인 줄 알았다. 낮에 식당일을 하고, 고시원에 돌아왔는데 자궁에서 피가 쏟아졌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되자마자, 아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기는 2.35㎏의 미숙아에 다운증후군, 신생아 폐고혈압과 동맥관개존증까지 앓고 있었다.

의사는 부모를 불렀다. 새어머니와 아버지는 의사에게 아기가 다운증후군이라는 말을 듣자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집으로 돌아갔다. 박씨는 그날처럼 많이 울었던 기억이 없다.

그의 친어머니는 아주 어렸을 때 집을 나갔다. 7살,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데려왔다. 새어머니는 박씨에게 욕설을 내뱉었고, 아버지 사이에서 낳은 동생들을 돌보게 했다. 사랑은커녕 멸시와 핍박을 받았다.

박씨는 7년 전 결혼했다. 충북 제천에 있는 종갓집 아들로, 11살이 많은 남편이었다. 새어머니로부터 도망치려 한 결혼이었다. 그러나 5년 동안 시할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시집살이를 견딜 수 없어 결국 이혼했다. 그때부터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사랑에 목마른 박씨는 식당 주인을 통해 한 남성을 소개받아 잠깐 만났는데, 지금 태어난 아기의 아빠다. 아기 아빠는 연락이 안된다.

박씨는 고시원으로 돌아가 주인 할머니가 끓여준 미역국으로 몸조리했다. 아기는 두 달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는 6100만 원. 병원 사회복지사는 후원자를 연결해줬다. 박씨가 내야 할 돈이 50만 원으로 줄었는데, 김소영 원장 수녀가 계산해줬다. 애초 입양을 생각했지만, ‘키워보자’고 용기를 갖게 해준 분이었다.

박씨는 생명의 집으로 짐을 옮겼다. 고시원에서 혼자 간장에 밥 비벼 먹던 일상을 떠나, 다른 산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밥을 먹는다. 감사해서 목이 멘다. 아기가 박씨를 향해 웃어줄 때마다 못 받은 사랑이 채워진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인데, 그가 가지고 있는 건 키워야 할 아기와 갚아야 할 대출 1000만 원이 전부다. 서류상 미혼모가 아닌 이혼한 상태여서, 1년 후 미혼모자 공동생활 2차 시설로 옮겨갈 수 없다. 아기 치료비와 자립할 공간이 절실하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후견인 - ‘생명의 집’ 원장 김소영(금주 페르페투아,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녀

▲ 김소영 수녀



조울증을 앓으면서도 어떻게든 아기와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엄마입니다. 아기의 치료비에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은데도 이겨내려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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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31일부터 6월 6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