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카롤리병’ 앓는 이재은(가명)씨

(가톨릭신문)


“제 소원은요, 바다도 보고 친구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여행 한 번 해 보는 거예요.”

선천성 희귀 난치병 ‘카롤리병’을 앓고 있는 이재은(가명·25)씨가 말한 소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추석을 맞아 시골로 내려간 이씨는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다. 이씨 어머니 김지선(가명·51)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골 병원에서는 상황이 심각한 것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안내했다. 부랴부랴 부천 순천향대병원으로 달려가 검사를 받은 결과 담도가 터질 위험에 있었다. 10시간 넘게 응급 수술을 한 끝에 고비는 넘겼지만, 간에 다발성 낭종이 생기는 카롤리병을 진단 받았다. 당시 의사는 이씨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손대기는 어렵고 조금 버텨보자고 했다.

유난히 밝고 긍정적이었던 이씨는 아픈 와중에도 오히려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엄마를 위로하고 동생도 돌봤다. 그러다 고등학교 진학 후 상황이 악화돼 아버지에게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의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가족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며 괴롭혔다. 경제활동도 거의 하지 않아 결국 2015년 이혼했고 암흑 같은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둠의 끝은 어디일까. 이러한 상황을 알고 접근한 지인에게 그나마 있던 재산마저 모두 사기를 당해 지난 3월 파산신청을 했다. 이씨의 상황은 더 심각해져 간 이식을 받지 못하면 한 달을 넘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뇌사자 기증자가 나타났다. 수중에 돈은 전무했지만 어떻게든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김씨는 연금보험 납입액을 해지해서 우선 급하게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후 지혈이 되지 않아 이틀 만에 재수술을 받고 현재 무균실에서 회복 중에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씨 가족은 반지하에 거주하며 어머니 김씨가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는 최저시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치료 받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술비와 입원비 등 당장 지급해야 하는 돈이 3000만 원 정도나 된다.

김씨는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눈물을 보였다.

“저도 담석 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저 때문에 딸도 그렇게 된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유전은 아니라고 하지만, 건강하게 낳아 주지 못해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이씨는 아버지의 그늘과 병 때문에 지금껏 제대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 수학여행도 못 갔다. 아직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이씨는 몸이 회복되면 가장 먼저 엄마와 함께 바닷가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살도 빼서 원피스를 입어 보고 싶다는 이씨는 또래 친구들과 다름없이 영락없는 20대 아가씨다.

인생의 모든 중심이 딸에게 있는 김씨는 그래도 지금껏 배려 받은 것들에 감사하며 더 어려운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저희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다 보니 돌려 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사후 장기이식도 할 생각이고요. 그리고 정말 힘들 때 성당 문 앞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차마 들어가지 못했어요. 딸이 회복되면 세례도 꼭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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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기간: 2020년 6월 17일(수)~7월 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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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