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강제결혼에서 도망쳐 한국 왔지만 유방암에 ‘절망’

(가톨릭평화신문)
▲ 마카베 투레씨가 1살 때 세상을 떠난 아들과 기니에 있는 병든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 감정이 북받쳐 울고 있다.



소녀에겐 꿈이 있었다. 복잡한 수도관도 척척 고치는 배관공이 되고 싶었다. 손재주가 좋아 잘해낼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니에서 ‘꿈’은 여성에게 허용된 단어가 아니었다. 악습 때문에 모든 걸 잃은 채 한국에 와 유방암과 싸우는 마카베 투레(27)씨 이야기다.

투레씨가 열네 살 되던 해, 그는 외가 사촌들의 손에 붙들려 강제 결혼을 했다. 상대는 이미 부인이 있는 쉰 살 남자였다. 싫다고 울고불고 빌어도 봤지만, 소용은 없었다.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니는 15~49세 여성 중 97%가 여성 할례를 당하는 나라였다. 무자비한 칼날은 투레씨의 미래 역시 도려냈다. 결혼 생활은 행복할 리 없었다. 사내아이를 한 명 낳았지만 아이는 1년 남짓 살다 하늘로 돌아갔다. 사인조차 알 수 없었다. 축 늘어진 작은 몸을 오래도록 껴안았던 그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회초리질이 돌아왔다. 그때 흉터가 몸 곳곳에 아직 선명하다. 혼인을 주선한 외가 체면을 생각해 어머니도 이혼에 결사반대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지옥 같은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하나뿐인 딸을 측은히 여긴 아버지 도움 덕이었다. 이웃 나라 세네갈로 도망쳐 아버지 지인 집에 머물렀다. 곧 그를 붙잡기 위해 남편이 보낸 사람들이 세네갈로 들이닥쳤다. 아버지는 전 재산을 딸 손에 쥐여주곤 남편이 절대 찾을 수 없는 나라로 보냈다. 2018년 7월, 그렇게 그는 학생비자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아버지가 준 돈으로 두세 달은 한국어 공부를 하며 버틸 수 있었다. 곧 돈이 바닥나고 비자도 완료되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앙골라 출신 여성이 자신의 일곱 살 딸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그를 집에 들였다. 다행스러운 마음도 잠시, 오른쪽 가슴에 심한 통증이 엄습했다. 유방암 3기였다. 요셉의원 도움을 받아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았다. 이제 방사선ㆍ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전액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투레씨는 수입이 전혀 없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난민 신청 심사 중이라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비로 1000만 원 빚을 졌다. 이런 와중에 앙골라 친구가 코로나19로 벌이가 힘들어지면서 방세가 5개월이나 밀렸다. 얹혀사는 투레씨는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난민 신청이 거부되면 쫓겨날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 친구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였다. 최근엔 기니에 사는 병든 아버지가 시력을 잃었단 소식에 투레씨는 눈물과 절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충혈된 눈으로 그가 말했다. “살고 싶어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요셉의원 원장 조해붕 신부

▲ 조해붕 신부



“어린 나이에 큰 고통을 겪고 우리나라에 온 마카베 투레씨는 암 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데, 도와줄 사람이나 단체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치료비와 생활비가 없는 상태라 도움이 절실합니다. 아무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 여성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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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베 투레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1일부터 1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