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안데스 오지 신자들 소원 “소박한 공소 지어 미사 봉헌”

(가톨릭평화신문)
 
▲ 예멘 신부가 세례자 요한 공소 신자들을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고 격려하고 있다.

 

 


페루 리베르따주 와마추꼬 지방 안데스 산맥 자락에 자리한 사나고랑. 40여 가구 규모의 작은 마을로 요한 세례자 공소를 중심으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 신자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공소 건물에서 신부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리는 것이다. 가톨릭 국가답게 마을 주민 대부분이 신자지만 아직 미사를 봉헌할 공소 건물이 없다.

공소가 속한 본당이 담당하는 마을만 40여 곳. 그러다 보니 마을에 사제가 와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것은 1년에 한두 차례뿐이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공소 신자들이 본당 미사에 갈 수도 없다. 공소 신자들은 아주 중요한 시기나 특별한 날에 사제에게 미사를 청한다. 어렵사리 미사가 있는 날은 마을에 작은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사제가 사목 방문을 해도 신자 가정을 옮겨 다니며 미사를 봉헌하는 형편이다.

본당 주임 예멘 신부는 지난해 공소 신자들과 공소 건립에 나섰다. 시골 출신의 소박한 성격의 예멘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마을 어귀에서 흙을 파서 공소 건립에 필요한 벽돌을 찍어 내고 있다. 하지만 공소에 필요한 건축 자재를 사고 기술자를 고용할 자금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다. 돈이 모이면 공소 벽을 쌓고 몇 달을 기다려 다시 돈이 모이면 기둥을 세우는 등 공사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하지만,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공소를 짓는 데 필요한 돈은 한국 돈으로 채 1000만 원이 되지 않지만, 그곳 신자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돈이다.

페루의 산악 지역은 모든 게 열악하다. 신자들은 감자와 옥수수, 콩 등을 재배하고 양이나 염소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하다.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수확한 농산물을 봉헌할 수는 있지만, 판로가 없다. 마음먹고 이웃 마을을 가려고 해도 산을 돌아가야 하기에 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예멘 신부는 “올해 3월 코로나가 페루 지역에 확산하며 이제는 경제 활동마저 제약을 받고 있다”며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신자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궁핍해져 이제는 예멘 신부가 식량과 생필품을 신자들을 찾아다니며 나눠줘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10년 가까이 페루에서 선교하다 귀국한 박규식(의정부 주교좌본당 주임) 신부는 “현지에서 공동체가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수확한 음식을 나눌 수는 있지만, 공소를 짓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공소가 건립된다면 사나고랑 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 신자들의 신앙의 구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후견인 : 박규식 신부(주교좌 의정부성당 주임)

 

 

 

 

 
▲ 박규식 신부

 

 


하느님의 섭리는 놀랍습니다. 일주일 전 예멘 신부와 공소 신자들 소식을 듣고 도와줄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가톨릭평화신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주님의 집을 봉헌하려는 공소 신자들에게 나눔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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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요한 세례자 공소에 도움 주실 독자는 25일부터 3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