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당뇨 합병증 앓는 아들 돌보는 팔순 노모 애간장

(가톨릭평화신문)
▲ 본당 구역장 신길자씨와 빈첸시오회장 이태순씨가 당뇨합병증을 앓는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최순기(오른쪽)씨를 위로하고 있다.



서울 도봉동의 한 연립주택. 10평 남짓한 반지하에서 팔순 넘은 노모와 아들이 식사를 한다. 식탁에 반찬이라고는 김치 몇 조각과 된장이 전부. 노모 최순기(마크리나, 83, 도봉산본당)씨가 물 말은 밥에 김치를 얹어 먹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3개와 발꿈치를 절단한 아들은 당뇨가 너무 심해 밥을 끊은 지 오래다. 어머니 최씨는 하루 세끼 도토리묵만 먹는 아들만 보면 목이 멘다. 아들은 당뇨 합병증으로 백내장 수술도 받았다. 시력도 차츰 잃어가고 있다.

“노령연금 30만 원으로 그럭저럭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저렇게 아픈 데다가 대출받은 5000만 원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요. 아들 뒷바라지만도 버거운데 저도 환자예요.”

최 할머니는 지난해 왼쪽 가슴을 도려냈다. 가슴에 몽우리가 잡혀 병원을 찾았는데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아들 뒷바라지를 하던 중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최 할머니는 “아들도 저렇게 아픈데, 나까지 이렇게 아파서 어떡하나…” 하며 흐르는 눈물만 훔쳤다. 수술비에 절망의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는 듯했으나 본당 주임인 전원 신부의 도움으로 여의도성모병원의 사회사업팀을 통해 돈 한 푼 내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를 아껴 한 시름 놓았는데 이번에는 유방암이 오른쪽 가슴으로 전이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남편은 위암으로 9년 전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그 이전에 이혼했다. 최씨는 이혼한 아들과 20대 손녀와 함께 살았다. 손녀가 아르바이트해서 아빠와 할머니의 생활비를 댔지만, 최씨는 손녀가 안쓰러워 “앞길 막고 싶지 않으니, 우리 걱정하지 말고 독립하라”고 등을 떠밀어 내보냈다.

아들은 이혼 후 인테리어 사업을 해보겠다는 포부로 어머니의 집을 담보로 5000만 원 대출을 받았지만,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30대 때부터 내버려뒀던 당뇨가 심해졌고 합병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보다 못한 최씨는 인근 복지관에서 공공근로를 알아봤고,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일을 하며 한 달에 25만 원씩 번다. 그 돈으로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고 있다. 5000만 원은 갚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도시락 배달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돌아가면 방바닥에는 아들의 썩어가는 발목에서 흘러나온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 지원을 받아보려고 알아봤지만, 과거에 친척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 집을 사준 게 발목을 잡힐 줄 몰랐다.

최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들은 그저 안쓰러운데, 이 생활고를 버텨나가기에 힘이 부친다”며 “빚진 돈만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원이 없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pbc.co.kr



후견인 이태순(레지나, 서울대교구 도봉산본당 빈첸시오회장)



▲ 이태순 빈첸시오회장



본당에서 매달 10만 원씩 도움을 드리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끼니로 물 말은 밥에 김치만 드시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그런데도 아픈 아들 뒷바라지를 하고 계십니다. 고령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 독자 여러분의 도움에 기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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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기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일부터 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