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태국 이주노동자 라자쿤씨

(가톨릭신문)

“가족을 위해서라면 저는 괜찮습니다.”

퇴근 중 3층 건물에서 발을 헛디디며 추락해 ‘전체 척추뼈 고리절제술’을 받은 태국 이주노동자 핌파트라 라자쿤(Pimphatra Lasakun·43)씨는 거동이 힘든 와중에도 가족을 생각했다.

태국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라자쿤씨는 가난했지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20살이 채 되기도 전에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하면서 생계를 위해 가족 모두 흩어졌다.

라자쿤씨는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가 돼 부모님과 언니를 호강시켜 주고 싶은 꿈을 꿨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아버지가 떠난 후 라자쿤씨는 가족을 위해 온갖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생계에 도움을 보탰다. 그러다 배우자를 만나 아들, 딸을 낳았다. 하지만 라자쿤씨의 삶은 그리 평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남편은 가족을 등한시한 채 외도를 일삼았고 결국 이혼까지 이르렀다.

어머니와 두 자녀를 책임지게 된 라자쿤씨는 집 장만 등 생계유지를 위해 4000만 원 가량 빚을 졌다. 이를 상환하고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을 위해 라자쿤씨는 2018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던 라자쿤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 했던 일도 농장일이다. 태국과 다른 날씨와 시스템으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족을 위해 버텼고, 식당과 가게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라자쿤씨는 최소한의 비용만 남기고 힘겹게 번 돈을 모두 태국으로 보냈다. 저축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오로지 어머니와 두 자녀를 생각하며 살아 왔다.

그러다 지난 11월 3일 스스로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일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던 라자쿤씨는 3층 건물에서 추락하며 흉추 11번부터 요추 4번까지 손상을 받았다. 급하게 수술을 진행했고, 치료비 2000만 원과 함께 최소 4개월 이상 재활치료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분간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지에서 제공하는 월 7만 원 기숙사에서도 나와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령의 어머니와 아직 학생인 자녀들에게 절망을 안기고 싶지 않은 라자쿤씨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여러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하게 일어나서 가족들에게 한국 음식을 해주고 싶습니다. 어릴 적 꿈인 요리사는 못 됐지만, 태국에서 작은 한국식당을 열어 가족들과 남은 시간 행복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끝으로 라자쿤씨는 자신보다 더 힘든 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들을 나누고 좋은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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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기간: 2020년 11월 25일(수)~12월 15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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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