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더 많은 미혼부 돕고 아이들 권리 찾아주고 싶은데…

(가톨릭평화신문)
▲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김지환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정오 무렵, 김치찌개를 올려놓고 가스 불을 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 3명이 현관문을 열고 우르르 뛰어들어왔다. 딸 지수(가명)는 들어오자마자 아빠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린다. “사진 찍자”는 말이 끝나자 다른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김 대표에게 달려와 매달린다.

경기도 광주시에 자리한 한 빌라, 이곳은 미혼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의 집이자 사무실이다. 방 한 칸을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거실은 지수와 한부모 가정 자녀들의 놀이방 겸 공부방이다. ‘아빠의 품’은 여느 한부모 가정 지원 시설과 조금 다르다. 다른 곳이 주로 엄마와 아이로 구성됐다면 이곳은 대부분 아빠와 아이로 이뤄진 곳. 김 대표도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아빠다.

미혼부 가정은 미혼모 가정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미혼 상태에서 아빠는 바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사랑이 법’으로 미혼부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는 길이 열렸지만 복잡한 건 마찬가지다. 절차가 쉬워졌지만, 출생신고를 하려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아빠의 품은 국내 단일단체 및 단일기관 중에 출생신고 관련 소송을 제일 많이 하는 곳이다. 김 대표는 작년 한 해 동안 19명의 출생신고 소송을 진행했고, 올해도 벌써 12명째다. 많은 변호사가 무료로 변론을 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소송 서류 등 비용의 절반 정도는 아빠의 품에서 지원했다.

보통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미혼부들은 일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가 많다. 출생신고 소송 외에도 신용회복과 친권 관련, 양육비 소송까지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난해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혼부 6가정, 올해는 2가정에 보증금과 이사비, 기본적인 가전 가구를 챙겨줬다. 긴급생계비도 10가정에 지원했다.

김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혼부 관련 출생신고 소송을 도와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미혼부 아빠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출은 늘어나고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빠의 품 운영은 전적으로 김 대표의 몫. 그동안 여행업과 유치원에 욕실 용품 등을 공급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경제 활동을 하면서 생활비를 제하고 남은 돈으로 아빠의 품을 운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인은 여행사를 폐업했고, 욕실 용품 공급도 방역 지침상 유치원 휴ㆍ개원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명맥만 잇고 있다.

김 대표는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미혼부와 아이들 미래를 위해 ‘아빠의 품’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빠의 품은 아주 작은 임의단체입니다. 그래서 회원 모집과 모금활동을 할 수 없고 기부금 영수증 처리도 못 하는 단체입니다. 계속 아이의 인권을 찾아주고 그 아이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후견인/ 김창해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 김창해 신부



아빠의 품 김지환 대표는 출생신고도 못 하고 사는 아이들과 미혼부를 돕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아빠의 품’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활동을 멈추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힘을 조금만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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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품’에 도움 주실 독자는 13일부터 1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