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모야모야병 앓는 이승은씨

(가톨릭신문)

“처음에는 딸 대신 제가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건강해야 우리 승은이를 돌볼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이제 저까지 암으로….”

지난 6월 4일 위암 수술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석민경(율리안나·63·서울 노원본당)씨는 자신의 고통보다도 딸 병간호가 더 걱정이다. 맏딸인 이승은(에스더·36)씨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모야모야병으로 사지가 마비돼 혼자서는 거동도 어려운 처지다. 꾸준한 재활 치료를 하고 있지만 병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언제쯤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씨가 치명적인 병에 걸린 때는 지난 2018년 10월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쾌활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던 이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던 중, 어느 날 특별한 이유 없이 쓰러졌다. 친구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고 이씨가 실려간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어머니 석씨는 온몸이 마비된 채 응급실에 누워 있는 딸을 발견했다.

병명은 모야모야병.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으로 일단 발병 후 증상이 생기면 원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하고 병 자체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난치병에 속한다.

수술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수술 후에도 우측 편마비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고 인지 수준이 5~6세로 떨어지는 인지 장애에 언어 장애까지 겪고 있다. 거동이 어려워 보호자가 항상 붙어 있어야 하고 식사도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 수술 이후 재활병원에서 3년째 혹독한 재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워낙 심각한 증세였던지라 언제쯤 최소한의 일상생활이 가능할지 기약이 없다.

어머니 석씨는 26년 전 간암으로 투병하던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두 자녀를 키워왔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라 식당 일부터 시작해서 보험 영업 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래도 두 자녀가 건강하고 착하게 장성해왔기에 힘들고 고달픈 삶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맞닥뜨린 딸의 고통은 그대로 어머니의 것이기도 했다. 간병인을 쓸 처지도 못되는지라 3년 동안 매일 24시간 홀로 딸을 간병해오던 석씨는 지친 심신이 문제였는지 올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급기야 위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은 잘 됐지만 아직 경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몸으로 견디는 건 어떻게든 하더라도 경제적인 어려움은 도무지 방법이 없다. 매달 치료비만 400~500만 원이다. 희귀병이라 국가에서 일부 부담을 해주는 병원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이모와 이웃의 도움으로 간신히 마련해 버텨왔다. 하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은인들의 도움에 더 기댈 수도 없어 빚만 계속 쌓여간다.

압박감과 불안감에 정신이 혼란스러워져 수차례 잘못된 선택도 할 뻔했다. 그럴 때마다 딸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곤 했지만, 이제 몸까지 망가진 탓에 막막함은 더하다.

“평생 힘들게 살아왔지만 에스더가 그래도 맏딸이라고 항상 든든하게 저를 챙겨주곤 했는데요…. 어떻게든 제가 살아야, 그래야 제가 에스더를 살릴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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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기간: 2021년 6월 23일(수)~7월 13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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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