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아픈 몸 이끌고 고향 필리핀으로 돌아갈 차비도 없어

(가톨릭평화신문)
 
▲ 병상에 누워있는 리젤씨.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온 힘을 다해 한 말은 “가족이 보고 싶다”였다. 힘겹게 삶의 끈을 붙잡고 있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은 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바가슬라오 리젤(모니카, 38)씨는 심각한 결핵을 앓고 있다. 척추에서 시작된 결핵이 뇌에까지 전이됐다. 척추 부위는 현재 척추뼈가 녹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이미 리젤씨의 척추뼈는 등허리가 굽을 정도로 손상됐고 더 악화할 경우 하지가 마비될지도 모른다. 뇌에 침투한 결핵균으로 뇌 역시 심각한 상태이다. 최악의 경우 뇌경색으로 사망할지도 모른다. 리젤씨가 자주 의식을 잃는 이유다.

하루빨리 척추에 있는 결핵균을 제거하고 손상된 척추뼈를 재건하는 수술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척추 수술을 할 수 없다. 뇌에 침투한 결핵균이 뇌의 상태를 악화시키면서 뇌가 척추 수술을 위한 마취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약물치료를 통해 뇌의 상태가 호전되면 그다음 척추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뇌와 척추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약물치료와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리젤씨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렵다. 바로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때문이다. 한국인이 결핵 치료를 받을 경우 산정특례로 병원비를 지원받지만 리젤씨는 미등록 대상자여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리젤씨가 일주일가량 병원에서 결핵 치료를 받았는데 10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나왔다. 2015년 9월 한국에 와서 일하며 지금까지 필리핀에 있는 가족에게 생계비를 보내온 리젤씨에게 자신을 위한 저축은 꿈꿀 수조차 없었다. 리젤씨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온 필리핀의 가족은 그에게 도움을 주기 어렵다.

필리핀으로 돌아가 치료받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비용이 문제다. 리젤씨가 중증환자인 만큼 동반보호자와 통역사, 담당 의사가 동행해야 한다. 또한, 손상된 척추뼈로 인해 누워서 가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 좌석 2~3개를 뜯어내야 한다. 비행기 좌석 2~3개 비용을 비롯해 동반자의 왕복 항공료, 공항까지 구급차 수송 비용, 비상 시 필요한 의료기기 비용까지 20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 동반하는 의사의 급여는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길에 이렇게 많은 난관이 있다는 것이 야속하다.

리젤씨는 결핵균으로 척추뼈가 녹고 뇌가 감염돼 자주 의식을 잃는 상황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름을 물어보면 리젤이라고 말하기도, 모니카라고 말하기도 하는 리젤씨. 그는 지금 삶을 위해 하느님께 애처롭게 매달리고 있다. 리젤씨에게는 시간이 없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 홍준기 신부

 


후견인/ 울산대리구 사회사목담당 홍준기 신부

생명의 끈과 하느님의 끈을 붙잡은 채 결핵균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리젤씨가 가족의 품에 안겨 따뜻한 사랑으로 병간호를 받고 생명을 되찾아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분의 도움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리젤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1일부터 1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