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가정폭력 벗어나 안도의 한숨 쉬기도 전 병마 찾아와

(가톨릭평화신문)
▲ 가정폭력으로 피신, 8평 남짓한 원롬에서 여섯 식구가 살지만 엄마와 함께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 한다.



서울대교구 구로3동본당 돌보미센터로 아이들을 데려온 필리핀 이주여성 출신 엄마 정 요안나(41, 가명)씨는 속이 탄다.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듯,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마음껏 뛰어놀지만, 친구네 오피스텔 원룸에서 더부살이하는 처지이다보니 앞으로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집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8월 혹서가 이어지는 탓에 19.83㎡(6평) 남짓한 공간에 친구네 두 식구와 합쳐 총 여섯이서 넉 달째 같이 살려니, 죽을 맛이다. 열기는 푹푹 찌고, 한 몸 뉘일 공간도 없어 칼잠을 자야 한다.

아이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던 아이들 아빠는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아이들 접근 금지 가처분을 받았고, 지난 7월에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 5월, 판결을 받기도 전에 아이들을 또다시 폭행해 서울 구로구청 아동복지과와 구로경찰서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아빠는 아이들을 이용해 구청에서 지원금을 받거나 부인이 돈을 벌어오면 그 돈으로 술을 마시는 등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이 계속되고 있어 이제 더는 두고 봐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엄마는 지난 5월 아이들을 데리고 무작정 친구네 집으로 도망쳤다. 그 원룸 인근 호텔에 청소 일자리를 얻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엄마에게 갑자기 병이 찾아왔다. 몸이 아파 서울의 한 병원에 갔더니 자궁에 종양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지만 돈이 없어 수술은 엄두도 못 낸다.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중학생 큰딸과 초등학교 5학년 막내딸 수술도 못 해주는 상황. 자신의 수술은 바랄 수도 없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지만, 남편 사인이 없어 한국 국적도 취득하지 못했다. 국적 취득에 필요한 정부의 교육 조건에도 미달(현재 5단계 중 2단계)한 상태다.

정 요안나씨는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을 배워 문제 청소년이 될까 봐 걱정이 크다”며 “그래서 요즘에는 직장 일도 열심히 하고 한국말도 잘 배워 국적을 취득해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정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후견인 : 박경석(요한 보스코, 살레시오회) 수사 / 서울 구로3동본당 돌보미센터장
▲ 박경석 수사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가정환경이 마련돼 폭력과 폭언, 분노로 얼룩지는 일상이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들 다문화 모자가정이 최소한의 삶을 꾸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주시길 청하고,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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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요안나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15일부터 2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