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피어나는곳에] “뱃속 쌍둥이 살려주세요” 불법체류자 엄마의 절규

(가톨릭평화신문)
 
▲ “아이들을 살릴 수 있게 힘을 보태주세요.” 레이에스씨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을 살려야 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서울대학교 병원의 한 병동, 필리핀 이주노동자 레이에스(Reyes, 33)씨가 만삭인 배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임신 31주 차에 접어든 레이에스씨는 생명이 꺼져가는 뱃속 쌍둥이 걱정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레이에스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11년. 필리핀에서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가족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먼저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엄마의 뒤를 따랐다. 낯선 이국땅에서의 생활이었지만 모녀는 서로를 위로하며 코리안 드림을 키워나갔다.

2015년, 레이에스씨의 엄마가 비자 단속에 걸려 본국으로 송환됐다. 레이에스씨는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 없이 살다 2016년에 남편을 만났다. 서로를 위로하며 가정을 꾸려 첫 아이도 가졌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였던 부부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 됐다. 레이에스씨는 “2019년 큰 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 뒤 아이를 필리핀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부부는 올해 초 쌍둥이 임신 사실을 알았다.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한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부모 역할을 할 수도,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힘든 노동과 계속된 고민 때문이었을까, 레이에스씨는 양수 파열로 응급실을 찾게 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의료진은 큰 아이는 뇌실확장증이, 작은 아이는 선천성 심장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산모의 목숨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엄마이자 가톨릭 신자이기에 소중한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남편 레본(33)씨가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수천만 원이 드는 병원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 임신으로 레이에스씨도 다니던 공장 일을 그만뒀다. 남편이 지금 일하는 의류 공장에서 버는 돈은 월 2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필리핀 대사관과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았지만 역부족이다. 지금까지 나온 병원비 2300만 원 중 1000여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쌍둥이 중 첫째 아이의 뇌 기능이 소실돼서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의료진이 “첫째를 포기하자”고 말하지만 레이에스씨는 그럴 수 없었다. 생명이 위험하기는 둘째도 마찬가지. 심장에 이상이 있어 태어나더라도 생존을 위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치료비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레이에스씨는 한국에 와서 성당에도 못 나가고 기도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살려달라고, 주님께 매달리며 기도하고 있다”며 “쌍둥이에게 엄마로서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대로 보내야만 하는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후견인/ 김지형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장)

 

 

 

 
▲ 김지형 신부

 

 


어려운 상황에서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이 필요한 때라 생각됩니다. 타국 생활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의 도움을 청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레이에스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5일부터 1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