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유 없는 가르침은 없다 / 이소영 기자

(가톨릭신문)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무법인 로고스 배인구(로사) 변호사는 “너무 많은 사람이 낙태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살해 소식이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하면서 태아의 죽음에는 무관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리스도인조차 종종 낙태에는 관대하다. 참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배 변호사뿐만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당일인 4월 11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주관한 21차 낙태죄폐지반대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낙태 반대 측은 생명은 소중하다고만 할 뿐 낙태 자체를 잘 모른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말씀이니까 낙태에 반대할 뿐 그 말씀의 이유를 찾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보다 낙태율이 낮은 미국은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생명 운동의 중심은 ‘크리에이티드 이퀄’(동등하게 창조된)이다. 이는 낙태 실태를 정확히 알리는 것으로, 큰 화면이나 광고판에 잔인한 낙태 수술 장면을 적나라하게 띄우는 방식이다. 하느님 말씀의 근간인 인간 존엄성을 낙태가 어떻게 짓밟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재미 생명운동가 김인석(스테파노)씨는 “낙태를 잘 아는 사람은 낙태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서도 낙태 진실을 폭로해 ‘아기 살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낙태 실태 고발 영화 ‘언플랜드’까지 개봉됐다는데, 이에 비하면 한국은 너무 안일하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부터 당장 낙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낙태해선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유 없는 가르침은 없다.


이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