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5개 공소의 기적

(가톨릭평화신문)


올해 일제히 5개 공소를 새로 건립한 춘천교구 성산본당 공소들을 방문했을 때 세 번 놀랐다. ‘시골 공소는 허름해야 한다’는 편견이 사라졌고, 신자들은 공소를 그저 미사 드리는 곳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며,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성당과 공소를 내 집처럼 직접 수리하고 가꾸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전통과 역사는 역시 남다른 깊이를 간직하기 마련이다. 바쁜 농사일 중에도 이들은 공소에 모여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고 살고 있다. 다 떨어져 가는 천정과 곰팡내 나는 허름한 공소에서 큰 불평 없이 신앙생활을 해온 것도 놀라운데, 5곳을 한꺼번에 신축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본당 곳곳을 다니며 기금을 모았고, 직접 재배한 옥수수와 배추를 감사의 선물로 일일이 나눠줬다. 60대의 비교적 젊은 신자들이 모금하러 다닐 때, 70~90대 어르신들은 성경 필사와 기도로 힘을 보탰다.

누군가는 공소를 매일 찾아 냉담 교우를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으며, 고봉연 주임 신부는 신자 1명만 참여해도 공소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본당 최고령 97세 어르신은 3㎞ 거리를 매일 걸어서 매일 미사에 참여한다. ‘5개 공소의 기적’은 깊은 신심과 주님에 대한 사랑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공소는 작지만, 오랜 신앙 전통을 간직해온 역사의 현장이다. 깊은 믿음은 신자들 생활과 마음에 고스란히 흐르고 있다. 성산본당은 새로 지은 5개 공소를 누구나 와서 머물 수 있는 피정 및 기도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숙박도 할 수 있고, 소규모 단체가 와서 작은 피정도 하고 갈 수 있다. 새 공소가 공소 신자들의 것이기도 하지만, 도시와 다른 지역 신자들의 공간도 되는 것이다. 새 공소 지붕에 계신 예수 성심상이 두 팔 벌려 온 마을을 축복해주듯 내려다보는 모습이 온화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