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서로 요구만 말고 흘러넘치는 사랑을 주세요”

(가톨릭평화신문)
▲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서울 소지역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학ㆍ천혜경씨 부부는 어려움과 위기를 겪는 많은 젊은 부부를 돕고 있다.



거의 모든 가정은 ‘아픈 자식’을 낳는다. 자식들은 성장해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지만 자신의 한계로 아픔을 겪는다. 고통 없는 가정은 없다.

21일 부부의 날을 앞두고 김진학(베니, 58)ㆍ천혜경(루칠라, 56)씨 부부를 만났다. 이 부부는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서울 소지역 대표로 2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의왕 마리아폴리센터에서 젊은 부부 모임을 통해 부부들이 건강하게 사랑하도록 돕고 있다.

“서로 흘러넘치는 사랑을 주세요. 참된 사랑과 친밀감 넘치는 부부에게 양가 집안, 자녀 관계, 경제적 문제는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두 사람 관계의 문제에요.”



부부 둘만의 시간 둘만의 대화

부부는 의사다. 남편은 서울성심병원 정형외과 의사, 아내는 경희대 건강증진센터 영상의학과 교수다. 부부는 바쁜 일상에도 일주일에 두 시간은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결혼할 때부터 부모와 함께 살았고, 세 자녀를 낳아 최근에는 딸이 손주도 안겨줬지만, 부부는 둘만의 시간과 공간, 대화를 꼭 챙긴다.

부부는 지난 4월 28일부터 6일 동안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린 새가정학교에 다녀왔다. 24개 나라에서 온 140여 명 부부는 ‘가정들과 함께, 가정을 위해’를 주제로 모임을 했다. 아픔과 갈등을 겪는 가정을 도와주는 봉사자로서, 복음적인 사랑의 방식으로 가정을 도와준 경험을 나눴다.

부부는 결혼한 지 13년 만에 시어머니 권유로 마리아폴리에 참가해 포콜라레와 인연을 맺었다. 포콜라레 운동은 1943년 끼아라 루빅 여사가 창설한 가톨릭 영성 운동이다. 복음 말씀을 삶에서 실천함으로써 일치를 이루는 영성이 포콜라레 운동의 정신이다.

아내 천씨는 “남편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준비가 없었고, 둘 사이 관계보다 주변의 조건들이 많은 영향을 줬다”며 “포콜라레 영성 안에서 기대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랑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배웠다”고 털어놨다. 부부는 젊은 부부들을 상담해보면, 이혼이라는 링 밖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혼은 선택이 아닙니다

“젊은 부부들이 이혼이라는 또 하나의 선택이 남았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이혼은 선택이 아닙니다. 살아내야 할 삶입니다. 배우자가 아리고 아프게 하지만, 하느님이 내 곁에 놓아주신 선물이에요.”(김진학씨)

남편 김씨는 “부부가 서로 마주 보고 서로 요구만 하면 오래 못 산다”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투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나무를 보고, 남편은 숲을 보는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같아요.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같이 발견하고, 그 길을 걸어갈 때에는 마주 보지 않아도 되지요. 그때부터 함께 걸어가는 겁니다.”(천혜경씨)



신앙,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가치

아내 천씨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것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덧붙였다.

부부는 한 입으로 말했다. “집안의 시련이나 고통, 어려움은 가족이 더 사랑하고 돕는 기회가 된다”고.

김씨는 “신앙 안에서 서로 내어주는 삶이 얼마나 기쁜지, 또 고통을 의연하게 대면하는 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자녀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