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9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이 남긴 것

(가톨릭평화신문)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지루한 기다림에 빠져들었다. 한반도 평화 비전은 흔들리고, 다시 갈등의 트라우마가 살아날 듯하다.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은커녕 당장 협상조차도 말을 꺼내기 힘든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평화의 문화’ 모색에 나섰다. 2019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을 통해 ‘평화의 문화, 한반도의 길’이라는 주제로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나간 유럽 교회의 지혜를 들었다.

화해와 용서를 향한 유럽 교회의 몸짓은 자못 의미심장했다. 고통스러운 학살의 과거를 뒤로 한 채 ‘용서하고 용서를 청하는’ 폴란드 주교들, 이에 겸손되이 그 손을 잡고 평화의 길을 떠나는 독일 주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10만 명이 학살된 과거를 돌이켜보며 폴란드 주교들은 다시 가해자인 우크라이나 교회와 화해한다. 헝가리 교회는 어떠한가? 900년간 자신들이 지배했던 슬로바키아 교회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애로 일치하려 한다.

이제 한반도로 넘어와 보자. 어느 누가 그 전쟁의 상처를 껴안고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에게 용서를 청한 적이 있는가? 남측에서는 전쟁 당시 학살과 70여 년간 계속된 도발, 핵무기 개발을 비난하고, 북측에서는 민족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였다고 비난한다. 우리가 어떻게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서로에게 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용기를 내어 용서와 화해의 여정을 걸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교회에 화해의 사명을 맡기셨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복음과 신앙을 마음에 굳게 새기면서 일상에서 평화의 문화를 구축하는 다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