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글로벌시대 로컬의 가치(김경자, 헨리카,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전공 교수)

(가톨릭평화신문)



요즘은 지구촌이 하나의 도시가 된 것처럼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시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아프리카나 히말라야 오지에서 다국적 기업의 샴푸나 식료품을 볼 수 있고 미국의 쇼핑몰에서는 아마존 밀림의 한 부족이 만든 수공예품을 살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 뿌리를 둔 다국적 기업의 타겟은 지구촌이다. 타겟시장이 꼭 수요가 풍부한 고소득 국가인 것만은 아니다. 산업화가 덜 진행된 제3 국가의 시장에는 품질을 단순화한 범용제품을 개발하거나 용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춰 진출한다. 그러다 보니 지구촌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과 생활양식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가치관과 니즈에 맞춰 제품을 현지화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가령 맥도널드의 경우 진출 국가의 상황에 맞춰 실내장식을 변형하고 특색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한다. 인도에서는 쇠고기 대신 콩고기 패티를 쓰고, 일본에서는 데리야키 소스를 사용한 버거를 판다. 중국의 맥도널드 매장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금색이 많이 사용된다. 미국 내 코카콜라 광고는 미식축구를 하는 흰곰이 주인공이지만 남미 쪽에서는 축구장이 배경이 되고 중국에서는 명절에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판다가 주인공이다.

글로벌화가 선진국 대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화를 통해 로컬의 가치와 문화가 살아나기도 한다. 베트남 음식은 비만과 성인병에 고민하던 수많은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건강식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중식과 일식, 멕시칸 음식을 잇는 글로벌 음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양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인도네시아의 루왁 커피는 다소 잔인한 사연과 그 희소성 때문에 선진국에서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다. 밀림이나 극지방, 사막과 같은 오지를 찾아 원시의 자연을 탐험하고 원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여행도 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하나는 사람과 상품의 교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와 가치관의 교류 현상이다. 상품의 흐름이 그렇듯 대개는 선진국의 문화와 가치관이 먼저 제3세계에 영향을 준다. 선진국 상품에 대한 판단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가치관, 삶의 방식, 인간관계, 미의 기준 같은 것들이 제3세계에 먼저 영향을 준다. 인권과 같은 보편가치는 이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당연시된다. 개인주의가 집단주의를 대체하면서 집단의 화합과 질서보다 개인의 자유와 성취가 더 중요한 가치로 부상한다. 아시아 권역에서는 흰 피부와 작은 얼굴, 큰 눈, 높은 콧대, 긴 팔다리와 같은 서구 인종의 특성을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시장은 그 이미지를 파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우리도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처럼 보이는 것들이 실상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익숙해진 것들일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혼자 커피를 즐기는 여성과 음식점에서 혼자 된장찌개를 먹는 젊은 여성을 상상해보라. 서구기업인 카페에서의 1인 소비는 자연스럽지만, 후자는 아직 어색하다. 그렇지만 혼밥과 혼술과 혼여가 점차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문화와 가치를 지구촌에 알리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김치와 건강식이나 드라마나 스마트폰 수출이 늘어나는 것만큼 지구촌에서 우리의 로컬가치도 올라가는 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