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앙인의 눈으로 본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가톨릭신문)
양돈인으로서 항상 조마조마하며 걱정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결국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말았다.

양돈업에 종사한 지 15년, 현재 30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농민의 입장에서 ASF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큰 공포의 대상이다. 일단 걸리면 치사율 100%에, 전염성도 강하고 무엇보다도 백신이 없다는 것이 구제역이나 다른 질병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양돈농가들은 농장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날마다 방역도 해야 해서 농장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ASF로 인한 사태를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왜냐하면 원인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100년 가까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ASF를 통해 주님께서 이 시대에 들려주시는 메시지를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ASF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 데는 사람들의 잘못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 ASF 창궐에는 돼지 사육환경도 적잖은 몫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키우고 소비하는 가축들의 사육환경은 이른바 ‘공장식 축산’으로 대변된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축을 좁은 장소에 몰아넣고 기르는 공장식 축산은 그로 인한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 항생제가 들어간 가공사료 사용, 분뇨 대량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 등 적잖은 문제를 낳아왔다.

그리스도교 안에는 동물을 존중 받아야 할 귀중한 생명체로 인식하고 보호해 온 전통이 있다. 이 전통은 동물들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귀한 피조물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께 속해 있고 하느님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다른 피조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콜로 1,16 참고)

프란치스코 성인을 비롯한 많은 성인들은 인간과 동물은 한 하느님께로부터 비롯된 형제요 자매라는 것을 강조하기까지 한다. 때문에 인간에게는 여타 동물에게 도덕적 관심과 배려를 보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여긴다.

이런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 만능주의와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치료약이나 백신이 없는 ASF는 예방이 최선이다. 모든 전염병이 그러하듯 위생에 신경 쓰고 돼지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좋은 예방책이다.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는 나는 돼지들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대신 식용곤충인 밀웜(meal worm)을 먹여왔다. 밀웜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외에도 천연 항생물질이 풍부해 돼지들의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아이들보다 오히려 질병에도 강하고 면역력도 강하듯이, 돼지도 항생제나 면역증강제를 인위적으로 먹이는 것보다는 무항생제로 키우더라도 위생이나 영양에 신경을 쓰는 것이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비결이다.

돼지는 사람을 알아보는 영리한 동물이다. 돈사에 수의사가 들어가면 놀라고 무서워하는 반면, 주인이 들어가면 알아보고 가만히 있는다. 이런 돼지를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죽여야 한다는 것은 크나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자식과도 같은 돼지들을 살처분한다는 것은 양돈농민에게는 경제적 손실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괴로움이다. 특히 가톨릭 신자로서 다른 농가의 살처분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몹시 마음이 아프다. 돼지 또한 하느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홍인표(마르코) 가톨릭농민회 광주대교구연합회·양돈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