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교사 나길모 주교의 선종을 애도하며

(가톨릭평화신문)


4일(한국시각) 초대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가 선종했다. ‘선생복종’(善生福終)이라는 선종의 본뜻대로 착하게 살다가 거룩하게 지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한 복된 삶이었다. 한평생을 메리놀 외방선교회 선교 사제로서 주님을 위한 섬김과 봉사의 외길을 걸은 데 대한 하느님의 축복이었으리라 믿고, 나 주교께서 하느님 품에서 영면하시길 기도한다. 아울러 나 주교 선종 소식에 슬픔에 빠진 메리놀 외방선교회원들과 유족, 그리고 나 주교가 초대 교구장으로 만 41년간 사목했던 인천교구 공동체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돌이켜 보면, 고인은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목자였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8세 젊은 나이에 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2002년 인천교구장직을 사임하고 은퇴하기까지 49년을 선교에 오롯이 투신했다. 충북감목대리구와 청주대목구를 거쳐 1961년 인천대목구가 설정되자 초대 대목구장으로 착좌, 항도 인천의 복음화를 이끌었다. 고위 성직자이면서도 승용차보다는 전철과 시내버스를 즐겨 탔고,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이 지극했다. 청빈과 겸손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인천의 명예시민’이기도 했던 나 주교는 늘 인자했고, 소박한 품성이 넘쳤다. 그냥 이웃 할아버지 같았다. 될 수 있으면 주교관 보일러를 틀지 않았고, 걸인이 찾아오면 자신의 수단을 벗어주고 버스 토큰까지 건넸다. 가난한 이웃과 아픔을 나눈 착한 목자였다.

2021년 교구 설정 60주년을 앞둔 인천교구가 초대 교구장을 잃은 슬픔을 딛고 또다시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길에 새롭게 나서길 기대한다. 그 길만이 평생을 선교적 삶에 투신했던 나 주교의 뜻을 이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