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생명윤리, 과학기술 저해하는 장애물일까

(가톨릭평화신문)


# 2018년 한 과학자의 발표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중국 남방과학기술대의 허젠쿠이 박사. 그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에이즈 면역력을 가진 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연구 윤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에 대한 평은 극명히 갈렸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2018년 10대 인물로 그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중국 법원에서는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데 이어 2015년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건강에 이상이 없었지만, 가족력을 우려해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예방 차원에서 수술을 감행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DTC(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 검사)를 도입했고, 최근 56개 항목까지 검사 항목을 확대했다.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역시 늘어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전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환영의 목소리도 있지만 자칫 맞춤 아기처럼 우생학적 문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생명윤리는 함께 갈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보일 때가 많다. ‘생명윤리에 발목 잡힌 OOO’란 표현이 낯설지 않다. 국내 유전자 치료,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을 언급할 때면 빠짐없이 생명윤리의 팍팍함을 토로하는 기사가 눈에 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로사) 원장을 만났다. 윤리(倫理)에 대한 뜻풀이부터 내놓는다. “무리 윤에 이치 이. 윤리란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이치들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윤리적인 생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싸고 여러 가설이 떠도는 가운데 우한 시장 인근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이 최근 떠들썩하다.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험실 안전이나 연구 윤리로 자연스레 생각이 뻗친다. 생명윤리는 과연 발전을 저해하는 거추장스럽고 고리타분한 논쟁일 뿐일까,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