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는 길 / 이승훈 기자

(가톨릭신문)
지난 2월 3일 MBC ‘스트레이트’가 살레시오청소년센터를 고발하자 해당 기사의 댓글과 시청자 게시판에는 왜곡·편파보도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 대부분이 센터에서 생활했던 원생들과 봉사자들이었다. 그러나 MBC측은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고통받았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방송에 대한 살레시오회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다. 그러나 정작 살레시오회 수도자들의 염려는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나 상처보다 이 방송과 그 여파로 피해자와 그 가족, 센터의 원생과 센터 출신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를 걱정하고 근심하고 있었다. 이 일이 이슈화되면서 이미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아픔을 지닌 이들이 차별과 냉대 속에 얼마나 더 큰 고통을 받을지, 염려하고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있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소외되고 버림받는 많은 이들”, 바로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도록” 부름 받고 있다.(「복음의 기쁨」 210항) 물론 고통받는 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고통받았다”고 하는 사람의 편만을 드는 것과 고통받는 사람들 안에서 함께 아파하는 것. 무엇이 더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는’ 길에 가까울까.

마침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다. 그리스도께서 고통받는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려고 스스로 고통의 길(Via dolorosa)을 걸으셨음을 기억하며, 우리 주변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알아 뵙는’ 신앙인이 되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