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목연구소 소장 김상인 신부

(가톨릭신문)


“차 신부님이 희망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셨다면, 저는 사랑과 행복의 길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도서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자 ‘희망 멘토’라고 불린 고(故) 차동엽 신부가 선종한 지도 어언 석 달이 넘어간다.

차 신부의 뒤를 이어 제2대 미래사목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장을 맡은 김상인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는 중책을 맡은 부담을 덜고 연구소의 재건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2월 13일 방문한 김포시 고촌읍 연구소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월~금 오전 11시 봉헌되는 차 신부 추모미사를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김 신부와 차 신부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 제대 직후였던 김 신부는 제1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연구소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후 꾸준히 차 신부의 일을 도우며 학위 논문도 차 신부와 함께 썼다.

김 신부가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목신학을 공부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 데에도 차 신부의 조언이 있었다.

“사실 언젠가 연구소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언질은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더군요. 차 신부님과의 비교에 대한 압박도 느껴졌고요. 하지만 신부님이 돌아가신 날 엄청 울면서 차를 타고 가는데 문득 신부님 얼굴이 보이더군요. 그러면서 마음의 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김 신부에게 있어 차 신부는 스승이자 어버이이자 멘토다.

만날 때마다 2~3시간씩 독대를 하며 사목적인 상황, 학문, 연구소에 대한 바람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차 신부의 병자성사도 김 신부가 집전했다.

“차 신부님은 사람을 아주 많이 사랑하셨고 인정이 많은 분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결단력이 있고 복음에 대한 확신이 강하셨죠.”

연구소에 부임하기 전, 인천 검단동본당 주임이었던 김 신부는 송별식도 없이 본당을 떠나 바쁘게 일을 시작했다. 차 신부의 투병과 선종으로 침체에 빠졌던 연구소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석 달간 밀려 있던 후원회원 대상 복음묵상 음원 작업을 해야 했다. 그 다음 곧바로 2020년 사순묵상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2코린 6,2)」 집필에 들어갔다.

연구소는 매년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 묵상집을 발간해 왔는데, 지난 2년간은 부득이하게 책을 내지 못했다.

또 김 신부는 묵상집에 이어 「참 소중한 당신」과 「너는 내 사랑」 두 권으로 구성된 차 신부의 유고시집을 엮었다.

“원래 한 권으로 내려 했는데 두 권으로 나눠 낼 수밖에 없었어요. 1권은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얘기고, 2권은 우리의 신앙관, 곧 우리는 하느님한테 사랑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목차의 단어 하나하나도 차 신부가 좋아하는 언어로 구성했다. 김 신부는 “시를 읽으면서 차 신부님과 대화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연구소는 3월부터 매월 한 차례 둘째 또는 셋째 화요일 오전 11시 후원미사를 봉헌하고, 11월 7일에는 차 신부 선종 1주기 기념 심포지엄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정기간행물 「사목정보」와 「참 소중한 당신」 발간도 이어가며, 선교에 필요한 문서 및 교육 지원과 강사 육성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