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문 앞의 ‘코로나19’

(가톨릭신문)

이제 사람들은
슬픔의 고향을 문제 삼지 않는다
슬픔이 닿는 곳에
혐오와 미움의 날을 세울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슬픔은 종류가 다른 고통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의심에서 증오로
뛰어와서
굳게 문 닫은 집집마다
노크를 한다
어떤 무리들은
그 슬픔을 잡아 채어
광장으로 데리고 나아가 구호를 외친다

나는 주님의 말씀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공포와 부끄러움을 읽다가
나자렛 예수를 생각한다
부활의 예수를 생각한다
그리고 골고타 언덕
예수를 생각한다

그였다면
슬픔을 안고 함께 울었을까
함께 사랑을 이야기하였을까
슬픔보다 앞서 걷는
사람들의 어깨를 만져 주었을까

아직도 사람들이 낳은 슬픔은
사람들을 찾아
바람처럼 사람의 도시를
헤메이고 있다


김영수(파비아노·서울 논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