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다르게, 새롭게 / 이주연 기자

(가톨릭신문)
‘설마’ 했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로 본당 공동체 미사가 대부분 교구에서 기한 없이 중지되고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는 인터넷과 TV 등으로 참례하게 됐다.

하지만 한 달여 전 한국교회 역사상 초유의 미사 중지가 결정됐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당황스러움은 이제 다른 방식의 차분함과 의연함으로 대체되는 듯하다.

그간 본당 공동체와 신자들은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찾는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공동체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냐는 마음은 다양하게 표출됐다. 미사를 굶는 신자들을 위해 밤새워 동영상 기법을 배워가며 본당 방송 미사를 준비하고, 마스크 구매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마스크를 직접 제작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봉사의 발걸음이 쉽지 않음에도 가난한 이들이 끼니를 굶지 않도록 밥과 반찬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교계 소식을 전하는 기자 입장에서 교구와 본당의 일상이 멈추며 마주한 곤혹스러움은 이런 취재 현장에서의 아름답고 용감하고 선한 노력들 속에서 말끔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사태는 신앙인들에게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하느님 안에서 나를 살피고 주변의 이웃을 바라보게 하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한 교구장의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표현처럼 사순 시기 전체가 ‘성금요일’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졌었지만, 이 난국은 다르게 새롭게 주님의 사랑 계명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렇게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걸어오시는 듯 싶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