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눈] 은총의 시간을 체험하는 ‘TV방송미사’ / 김민수 신부

(가톨릭신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과 방역을 위해 한국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로마 바티칸조차 모든 미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신자들 없이 미사를 봉헌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인터넷으로 최초로 생중계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도 인터넷 유튜브 채널 미사 조회 건수가 엄청 늘고, 가톨릭평화방송 TV의 평일 방송미사는 평소의 3~5배, 주일 방송미사는 10배나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에 일반 공중파를 통해서 바티칸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성탄이나 부활대축일 미사만을 볼 수 있었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사실, TV방송미사의 주된 수용자는 거의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신자들 중에서도 신체적인 움직임에 문제가 있는 노약자, 병자, 임신부, 그리고 여행이나 출장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시청자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TV방송미사 시청자는 말씀의 전례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성찬의 전례 중에 영성체의 직접적인 은총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을 향한 열렬한 신심이 있다면 마음으로 성체를 배령하는 신령성체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TV방송미사를 통한 미사 참례의 유효성을 남발하여 그러한 방송으로 미사참례의 의무를 면제받으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겠다.

TV방송미사는 미사참례 의무를 조건적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복음화의 기회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한다. TV방송미사는 공동체(본당, 공소, 각종 단체, 해외이주신자 등등)에 소속된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북돋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방송미사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는 세속문화 속에서 가톨릭교회가 현존하고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지역사회의 복음화에 기여한다. 두 번째 장점으로, 미사 전례를 친숙하게 만들어 준다. TV 카메라의 다양한 구도에 따라 미사 전례행위나 주례사제의 모습을 가깝게 담아내기 때문에 신자들은 미사에 더 친밀해지는 기회가 된다. 세 번째 장점은 TV방송미사가 영성생활에 도움이 된다. 특히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나 홀로 사는 젊은 ‘혼족’이나 독거노인 등이 늘어나고 이웃과 단절되는 이 시대에, 인간소외를 체험할수록 존재의 의미와 내적 평온을 찾으려는 영성의 필요성이 심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TV방송미사는 영적 갈증을 채우고 믿음의 공동체에 한 일원임을 알려줄 수 있다. 교회는 이러한 TV방송미사의 다양한 장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계발하고 확장해야 한다.

본당 사목자로서 매주일 미사를 집전하다보면 해가 갈수록 미사 참석률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가 있다. 냉담교우의 증가도 한 몫을 하겠지만, 여행이나 주말여가, 또는 주말에도 일하는 직업, 고령화 등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2019년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절대 다수가 스마트폰과 함께 하루를 보낼 정도로 생활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주일 미사 불참례자를 위한 차선책으로 TV방송미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이용에 따른 신앙생활의 이점을 강조하면 좋겠다.

하느님은 미디어를 통해 활동하신다. 회칙 「일치와 발전」(1971)에서는 미디어를 ‘하느님의 선물’(2항)로 규정하고, “미디어가 가끔 교회와 세상간의 유일한 지름길일진대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땅에 묻어버리는 셈”(123항)이라고 표명한다. 더 나아가서 회칙 「현대의 복음선교」(1975)는 “교회가 나날이 더 완전해지는 인간 기술이 만들어낸 힘 있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 잘못을 저지르는 것”(45항)이라고 단호히 강조한다. 따라서 교회는 방송 미디어를 선교와 사목에 적합한 중계미사방송 하는 것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하느님의 은총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온다. TV방송미사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은총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어느 때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교회 공동체의 소속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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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