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모든 것을 사용하시는 하느님(윤태영, 토마스, 복음화 활동가)

(가톨릭평화신문)



작년 이맘때쯤 ‘The Message’라는 제목의 제가 만든 랩 음악이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몇 년 전 선교 프로그램 때문에 인도에서 3개월을 지내며, 하느님께서 지난 제 삶 안에 얼마나 크고 많은 일을 이루셨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그 이야기와 제 마음을 고백하며 남긴 일기로 다른 이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되길 바라며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예수님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사실 저는 철저한 무신론자였었습니다. 부모님의 뜻에 의해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저는 신의 존재를 강하게 부정하였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세상을 향한 막연한 분노와 원망이 많았고,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서 신의 존재는 결코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죠. 종교가 심신에 도움은 될지언정, 신 존재를 믿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하여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신을 믿지 말라고 설파하며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불만과 불신이 가득 찼던 청소년기에 힙합 음악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빼먹고 친구들과 거리를 방황하다가 저녁때는 힙합 클럽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세상을 욕하며 분노를 쏟아냈지요. 고3 때는 그룹을 만들어 언더그라운드 음반까지 제작했습니다. 그런 어두웠던 제 삶에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의 한없이 큰 사랑과 자비로, 저는 용서라는 선물을 얻어 새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창작생활성가제에 입상했던 무대에서 저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엉엉 울기만 하였습니다. 지하 클럽에서 마이크를 잡고 세상을 욕하며 노래하던 제가, 이제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찬양을 고백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벅차게 감사해서 노래를 전혀 부르지 못하고 울다가 내려왔었지요.

저의 삶을 돌아보면,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형제들은 요셉을 시기하여 노예로 팔아넘겼지만, 요셉을 통한 하느님의 섭리로 형제들이 구원을 받게 되었지요. 인간의 죄악마저도 선으로 이끌어 가시는 전능하신 하느님. 그분께서는 신비로운 방법으로 인간의 역사 속으로 몰래 들어오십니다. 지금 당장은 깨닫지 못하고 기적처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성실하신 주님께서는 모든 시간을 통해 선을 창조하실 것임을 믿습니다.

여전히 연약하고 죄와 상처로 어두운 상황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눈앞에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제가 가진 힘과 능력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께 희망을 두기에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창세 5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