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아이들이 대안학교서 더불어 사는 법 배우도록

(가톨릭평화신문)



전라남도 강진읍에는 국내 최초로 지어진 다문화 대안학교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교장 이영신 수녀)가 있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운영하는 학교다. 베트남ㆍ중국 등 이주민 자녀와 탈북 청소년들로 이주를 경험한 청소년 41명이 재학 중이다.

교장 이영신(로사) 수녀는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개교 3년을 맞은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의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업료와 무상급식비도 교육비 지원을 못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 자부담금이 큰데, 이주 부모님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이라 학교에 다니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습니다. 저희는 최소한의 수업료와 급식비를 받고 있고요. 학생의 40%는 저희 재단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사들의 처우다. 이 수녀는 “인건비만이라도 지원이 된다면 지쳐가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며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1962년 강진에 성요셉여자고등학교를 세웠다. 당시 성요셉여자고등학교는 농촌 지역의 여성 교육에 큰 공로를 세웠지만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2016년 2월에 문을 닫았다.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18년 3월 상호문화교육의 원리를 바탕으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를 개교했다.

“학교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이 과도한 입시 경쟁에서 좌절과 우울,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폭력 등 어려움을 한 번씩은 겪었을 겁니다. 이주를 경험한 친구 중에는 문화적 장벽에서 오는 어려움과 심리ㆍ환경적 어려움이 겹쳐 위축된 경우들이 굉장히 많고요.”

이 수녀는 “이런 학생들이 무엇보다 학교에 와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행복한 세계의 시민으로 성장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의 핵심 가치는 사랑과 연대, 존중과 배려, 열정과 도전이다. 무엇보다 인종의 장벽을 뛰어넘어 더불어 살고, 배우고, 행동하는 세계의 시민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게 목표다. 교육과정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일반 교과를 비롯해 특성화 교과가 따로 있다. 특성화 교과 안에 상호문화교육이 포함돼 있다.

“학부모님들은 매일 기적을 체험한다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식탁에 앉아 눈 한번 마주치지 않던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대화도 하고, 소통도 많아졌다고 해요. 학교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이 부모님과 형제간에 좋은 영향을 미쳐서 가족 관계도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이 수녀는 “학생들에게 헌신하는 선생님들에게 그만큼 보답을 못 해 드리는 게 가슴 아프다”면서 “여러분의 기도와 성원으로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교회와 세계의 인재를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