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람 그리고 사진] 사진은 사랑이다

(가톨릭평화신문)



사진은 내게 여러 가지 의미의 도구로 쓰인다.

보통 촬영이나 강연 등의 의뢰를 받아 생계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있고 다양한 사회적 현상에 치여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상담 수단으로 삼을 때가 많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3개월짜리 강좌를 열어 촬영기술 습득보다는 자신의 존재성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서의 사진을 권할 때도 종종 있다. 이 활동들은 대부분 잘해야 한다는 무게감에 늘 긴장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와는 다르게 순전히 흥겨운 마음으로 사진을 즐기는 때가 별도로 있다. 마음의 정을 나누는 일이라고 할까. 평소 잘 알고 있거나 애정이 담뿍 담긴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선물로 건네는 일이다. 아끼고 좋아하는 이들이니 사진에 정이 안 들어갈 수가 없고 그 정으로 찍는 일이니 도리어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얼마 전 어린 딸이 다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졸업반 아이들 사진을 찍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몇 년 동안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사이인 데다 부모들과 함께 자주 어울리는 일이 많아 워낙 깊게 정든 아이들이었다. 내 앞에서 포즈를 잡으며 예쁘고 멋지게 찍어달라고 아우성인 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기듯 기분 좋게 사진을 찍은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받아 본 한 아이의 아빠가 엊그제 장문의 느낌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다. 최근 업무 스트레스로 고민이 많았는데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입꼬리가 쓰윽 올라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에너지가 차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한 SNS의 프로필 컷으로 아이 사진을 설정해 놓았다는 얘기에 내 입꼬리도 쓰윽 올라갔다. 누군가에게 사진으로 기쁨과 웃음을 전해줄 수 있을 때 참 행복하다.

아마 현대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진을 즐기는 이유도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아름다운 자연풍경이나 도심 속 뒷골목에서 느끼는 들뜨는 감흥은 결국 자기 안에서 나오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스럽게 찍어주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자신과 마주하는 어느 실체 앞에서 제 가슴에 일렁이는 감정의 구현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철학적 담론까지는 아니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사진을 권하고 싶다. 스스로 어떤 것에 마음이 따르고 무엇에 감정의 들뜸을 느끼고 있는지를 찾아보라는 의미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은 내 오랜 마음 시선의 원천이고 이 또한 공감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시작해도 좋다는 뜻이다. 사진은 사랑이니까.


                                                                                임종진 스테파노(사진치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