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선배로서 후배들 정착에 도움 줄 수 있어 기뻐”

(가톨릭평화신문)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전국 25개 하나센터 중 경기서부하나센터장에 2001년 탈북한 김성남(46, 예비신자) 박사가 8월 17일 자로 취임했다. 하나센터장에 북한이탈주민이 취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센터장은 “먼저 와서 자리 잡은 탈북 선배가 뒤에 온 후배들을 도와주고 이끌어 준다면, 정착 기간도 훨씬 단축되고 정착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런 인적 자원을 묶어냄으로써 북한이탈주민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문을 뗐다.

1975년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에서 태어난 김 센터장은 2001년 9월 탈북, 중국을 거쳐 2003년 2월 한국에 들어와 정착했다. 그의 탈북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국 연길시에 체류하던 중 조선족 신고로 공안에 체포돼 50여 일간 구류됐지만, 가까스로 강제 북송의 고비를 넘겨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입국 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 안양메트로병원을 거쳐 안양 우리들한의원에서 일하던 중 인근 성당에서 6개월간 교리교육을 받았지만, 세례는 받지 못했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정착 초기엔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돈을 버는 데 바빠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그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기로 마음먹은 건 이탈주민 대다수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지어는 ‘탈남’까지 고민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나서였다.

그렇지만 같은 북한이탈주민이면서도 그는 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데 두려움이 앞섰다.



상처투성이 북한이탈주민


“북한이탈주민들은 사실 마음이 상처투성이에요. 조금만 툭 치면 폭발하니까요. 실은 두려웠어요. 그래서 그들을 돕기에 앞서 공부부터 시작했어요. 2008년, 33살의 늦깎이로 그리스도대학교, 지금의 KC대학교에 들어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이어 이화여대 대학원에 들어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2015년과 2019년에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11년이나 걸렸네요.”

그의 박사학위 논문 ‘북한이탈주민의 영국 이주생활 경험’은 북한이탈주민의 시각으로 이탈주민들의 ‘탈남’ 이후를 들여다본 최초의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이후 그는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서, 혹은 탈북 뒤 제3국에서 경험한 인권 피해 사례를 연구하다가 지난 1월 현장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경기서부하나센터 사무국장으로 부임했다. 밤낮으로 담당 지역인 경기도 부천ㆍ광명ㆍ시흥ㆍ안양ㆍ과천시를 돌아다니며 1650여 명에 이르는 이탈주민들을 도왔고, 사무국장으로 온 지 7개월 만에 센터장에 임명돼 북한이탈주민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게 됐다.



인적·물적 네트워크 만들기

“경기서부하나센터는 2009년 시범사업 때부터 시작된 곳이에요. 2010년 설립 뒤 중간중간 운영 수탁기관이 바뀌었고, 지난해 7월에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서 위탁을 받았지만,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있어요. 비록 제가 북한이탈주민들이 잘 먹고 잘살게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에서 발 딛고 일어설 수 있게끔은 해주고 싶어요. 손 내밀 데 없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원을 확보해 투입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김 센터장은 또 “하나센터에도 다양한 실태 조사나 위기 가구 조사 같은 업무가 내려오는 데, 이런 조사 데이터가 일회성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해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위기 상황 대처 매뉴얼이나 대응책을 만들고 싶다”는 “이를 위해 경기도 6개 하나센터만이라도 서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