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연약하고 아름다운(송희준, 아델라, 배우)

(가톨릭평화신문)



성당에서 기도했던 그 날 이후 저는 수녀님의 안내로 예비 신자가 되었고, 어느 가을 아델라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작고 작은 쪽배를 넓은 바다에 띄웠습니다. 저는 이제 아델라로서 매일 기도를 합니다. 오늘 하루 또 한 번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침대에 누워 눈 감으며. 영원하지 않은 것들과 영원한 것들에 대해 기도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도는 삶이 제대로 발을 딛지 못하는 것 같을 때엔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또 한없이 부풀어 오르며 들뜨는 것 같을 때엔 정신없이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제 마음의 추를 계속해서 더하고 덜어내며 원점으로 돌려놓는 힘이 됩니다. 미약한 신앙의 새내기이지만, 기도 안에 머물 때면 나와 세상과 사랑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미움이나 원망이 아닌 사랑으로 어떻게 삶을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십니다.

신자가 아니었던 학생 때에도 낯선 땅으로 여행을 떠나면 성당을 찾아가 보곤 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설 때면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스며드는 빛의 조각들과 그 고요함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하얀 미사보 속에 마련한 작은 방에서 기도를 하고, 누군가는 서로 다정히 손을 맞잡은 채 머물고, 또 누군가는 가만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성당이라는 공간은 제게 조용하고 단정한, 슬픔과 기쁨에 찬 생명력이 동시에 머금어진, 복합적인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믿음이 없던 때의 저는 성당의 공간이 주는 이 고요한 아름다움에 이끌렸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그 안의 일부가 되어 미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홀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저에게 사랑하는 소중한 저의 대모님을 만나게 된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홀로 시작한 신앙의 깃이 쉽게 접혀버리진 않을까 걱정하고 들여다봐 주시며 가까이서 함께해 주십니다. 더욱더 이제는 제가 혼자가 아님을 대모님을 통해 느끼고 있습니다.

지나온 제 마음들을 돌이켜 보면, 신앙은 의구심이 없고 믿음에 흔들림이 없이 강건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고, 나 자신이 작고 연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진정으로 영원한 것이 무엇일지 계속해서 보고 듣고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에게 신앙이란, 제 믿음의 작은 쪽배와 이 여정에 함께하는 여러 돛단배를 조금의 아낌도 없이 사랑하고 지켜가며 떠나는 긴 항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