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마음의 경계석

(가톨릭평화신문)


지난 5월 벨기에와 프랑스의 국경선이 잠시 바뀐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한 농부로 인해 발생했다. 농부는 자신의 땅끝에 있는 돌 하나를 원래 위치에서 2m 정도 뒤로 밀어버렸다. 돌이 트랙터 운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돌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경을 뜻하는 경계석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국경을 바꾼 것이다. 양국 정부는 농부에게 돌을 원위치시킬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지도에 표시된 경계선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경계석이나 철조망 같은 상징물을 보며 경계를 인식한다. 하지만 이 상징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권리와 의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이방인을 구분하는 심리적 경계 역할도 한다.

비무장지대(DMZ) 역시 마찬가지다. DMZ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반도와 한반도 주민들을 둘로 갈라왔다. 그동안 남북의 심리적 이질성이 심화됐다. 이제는 한 민족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얼마 전 폐막한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는 ‘하나의 한반도’라는 공감대부터 다시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일부가 지난달 12일 공개한 DMZ 평화지도는 이런 심리적 분단을 극복해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평화지도는 DMZ의 지형과 그 안의 생태, 역사, 문화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기록한 웹지도다. 보통 지도는 경계를 기록하는 용도로 쓰인다. 반면 평화지도는 연결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DMZ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생태적으로 연결된 장소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지리적 경계선은 단순히 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경계선은 다르다. 마음속 경계선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마음속 경계석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평화지도는 우리가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다. 평화지도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평화지도의 메시지가 더욱 널리 전달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