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낙태죄 논란, 여권에 답을 묻는다

(가톨릭평화신문)


미국 텍사스주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했다. 텍사스주는 일명 ‘심장박동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을 통해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6주로 앞당겼다. 이를 두고 미국에서는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낙태 지지자들은 텍사스주 주법이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인 임신 23∼24주 이전에는 낙태할 수 있다고 한 1973년 1월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와 배치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미국이 부럽다. 현재 한국의 현실은 미국과 같이 낙태 허용 주수가 임신 6주냐 아니면 미 대법원이 판결한 임신 23∼24주냐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낙태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나라이다. 한국에서 형법 낙태죄는 2020년 말 실효됐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낙태해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는 낙태 상담 의료보험 적용, 낙태약 판매 허용을 위한 조치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말까지 보완입법을 하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텍사스주에서 시행된 법과 비슷한 의원 입법안도, 미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와 비슷한 정부 입법안도 계류되어 있다. 문제는 그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권은 사회적 논란이 큰 이른바 관심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정도로 많은 의석을 갖고 있다. 따라서 형법 낙태죄가 방치된 1차 책임은 여권에 있다. 미국의 낙태 논란을 보며 여당과 청와대에 묻는다. 9개월째 방치된 한국의 형법 낙태죄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