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정착과 음식점 창업 도와주는 수호천사

(가톨릭평화신문)



한식대가이자 요리 연구가,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 외식 창업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하는 이희경(엘리사벳, 서울대교구 용산본당)씨. 그는 요즘 서울대교구 사회사회사목국 카리타스사회적기업지원센터와 함께하는 프로보노(Pro-Bono, 공적재능기부)에 푹 빠져 있다. 재능 기부 자원봉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기업 창업 여정에 함께하느라 일정을 시간 단위로 쪼개 써야 할 정도다.



외식사업 컨설팅, 하느님 신비 체험

“2017년 11월에 시작했으니까, 벌써 4년이 다 돼 가네요. 주보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창업을 도울 프로보노를 모집했는데, ‘운명처럼’ 그걸 봤어요.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음식 분야에서 응모한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어요. 단독으로 합격(?)했는데, 혼자여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 외식사업을 컨설팅하며 하느님의 신비를 느낄 정도로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

그가 함께했던 북한이탈주민 창업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남과 북을 잇는 전통주 하나도가(대표 김성희) 태좌주(太坐酒) 컨설팅이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에서 창업한 함경도 지방 가양주 태좌주창업에 함께하면서 외식업 제안서를 시작으로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경영, IT, 법률, 금융, 홍보, 디자인, 노사 문제 자문을 거쳐 음식 메뉴 선정과 의자, 상차림 등 자잘한 일까지 모두 함께했다. 프로보노 활동에 앞서 마침 기업체의 의뢰를 받아 냉면과 만두, 두부 등 북한 음식 메뉴를 개발했던 터라 북한이탈주민의 외식업 창업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이씨는 “너무 신기한 게, 제가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외식업 컨설팅을 할 줄 모르고 북한음식 프랜차이즈 메뉴를 개발했었다”며 “메뉴를 포함해 그릇이나 소품, 테이블 등 음식과 관련한 공간 전체를 그 목적에 맞게 디자인하여 연출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공부까지 2003년에 이미 마치고 10여 년간 경험을 쌓은 상황이었기에 북한 분들의 음식 창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컨설팅을 해주고 나면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겼고, 해줘도 끝이 없었지만 ‘끝까지 돕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기도하며 봉사, 보람도 커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시도록 매번 기도하고 나서 컨설팅을 해드렸는데, 정말 쉽지 않더군요. 신메뉴 개발 컨설팅이나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 드려도,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어요. 아무래도 배급제 사회에서 살던 분들이라 조언을 해드려도 금방 하시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도와드리면, 해내셨어요. 보람도 컸지요.”

1990년대에 이미 그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 교수)와 (사)궁중음식연구원(이사장 황혜성), 한국수도요리학원(원장 이종임) 등 국내 요리의 3대 산맥을 섭렵했다. 또 2018년에는 시절 음식과 떡 분야 한식대가로 선정됐기에 북한이탈주민과 삶을 동반하는 벗이 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지난 8월 한국전문직업재능인증위원회와 한국전문직업재능교육대학원에서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한 이씨는 “북한이탈주민의 외식 컨설팅을 통해 통일을 내다보며 컨설팅을 해온 4년 가까운 시간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며 “앞으로 이분들과의 컨설팅을 책자로 만들고 발표하며 노하우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