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 빛과 그림자(송희준, 아델라, 배우)

(가톨릭평화신문)


아름다움이라는 단어 속엔 예쁜 것과는 또 다른 슬픔의 깊이가 함께한다고 생각합니다. 삶 속에도 빛과 그림자는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 하던가요. 누군가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은 사랑하는 것이고, 가장 큰 슬픔은 그것들과의 이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최근에 사랑하는 두 존재와 이별했습니다. 장미꽃이 붉어 아름답던 5월, 아버지께서 하늘로 떠나셨습니다. 아버지를 돌보며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병세가 나빠지셨던 아버지는 미처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믿을 수 없어 제대로 실감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투병을 곁에서 지키는 동안 본의 아니게 반려견과의 이별도 겪었습니다. 저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선택으로 인해 오해와 비난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인격에 대한 비난과 심지어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저는 어느 것도 마음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제 곁을 떠나실 것처럼 숨조차 어렵게 쉬시는 아버지께 더한 슬픔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 일로 인해 아버지의 병세가 더 나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아직도 듭니다. 그래서 더욱 드러내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슬픔을 삼키곤 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들과의 연이은 이별, 오해에서 비롯된 여러 비난, 한꺼번에 저를 덮친 고통 속에서 삶에 대해 사랑을 지키겠다는 저의 의지는 점점 빛이 바래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여러 감정과 상황들이 어떠한 것들은 부유하고 어떤 것들은 침잠하며 점차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게 일어난 모든 일이 저의 부족함에서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사를 드리며 “제 탓이오. 제 탓이오” 하는 기도를 할 때마다 깊이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저를 삼키고도 남을 큰 파도 앞에서 그래도 이만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언제나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절 붙잡았던 것은 제 안의 작고 연약한 믿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시간은 오히려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 연약함을 인정하며 더 겸손하게 살고 싶습니다. 타인에게 화살을 돌리며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도 피하지 않고, 마음속에 드리운 그늘이 있다면 곁에 있을 빛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가끔은 어느 것도 보이지 않을 만치 너무나 그늘이 짙어 손에 어떤 것도 잡히지 않을지언정, 계속해서 더듬고 느껴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저는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과 모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꿈에서라도 아버지와 제 반려견이었던 모네를 다시 품에 힘껏 껴안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