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메타버스 기술, 종교는 무관할까?

(가톨릭평화신문)


고글을 쓰면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오아시스에서는 상상한 모든 게 이뤄진다.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래의 인류는 오아시스를 찾는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이야기다. 가상현실을 다룬 이 영화는 공상에 그칠 줄 알았지만,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됐다. 올해 트렌드 중 하나인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까운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 기술은 이미 많은 산업에서 활용 중이다. 기업들은 메타버스에서 제품을 홍보하고 나섰다. 단발성 이벤트뿐 아니라 출근을 메타버스로 시작한 회사도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접촉인 메타버스 활용이 더욱 가속화된 것이다.

종교는 메타버스 기술과 무관할까. 종교의 한 부분도 이미 가상으로 구현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바티칸 박물관은 VR로 박물관을 구현하고 가상관람 투어를 진행했다.

실제 국내 한 메타버스에 접속해보니 그곳에도 성당이 있었다. 벽면에 십자고상이 걸려 있고, 제대와 신자석이 마련된 성당이었다. 전례와 성사가 이뤄질 수는 없지만, 성당을 찾은 사용자가 기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신자들은 가상세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팬데믹으로 불가피하게 변한 비대면 신앙생활을 생각해보면 가능성은 열려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의 ‘코로나19 신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1.8%는 ‘디지털로 경험하는 미사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하느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모임’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답변도 58.7%나 있었다.

코로나19가 교회 사목에 많은 변화를 안겼듯, 가상세계의 발전성 앞에 교회는 또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모른다. 새로운 시대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