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믿음의 훈련 / 최성민

(가톨릭신문)
처서(處暑)도 지났으나 새벽미사 후 드리는 십자가의 길 모기들은 여전히 맹위를 떨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기뻐하고 감사합니다. 약 한 번 바르지 않아도 곧 다 낫습니다. 주님께 받은 모든 것 그저 감사히 도로 주님께 봉헌 드릴 뿐, 마주하는 모든 일상 하느님 안에서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아침에 십자가의 길에서 기도하다 문득 시선이 아래로 향해 발견한 이름 모를 작고 까만 벌레와의 만남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언제나 낮은 곳에 함께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몸을 낮추어 보석처럼 새까맣게 빛나는 자태로 작은 다리들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주님 현존의 자비하심을 만납니다. 두 발로 직립 보행 하는 인간에게 다리가 많음은 장애이지만, 벌레는 그 다리들로 아름답게 주님을 찬미합니다.

아침마다 감사히 그리스도를 입고 그리스도로 무장하여 그리스도를 향해 하루를 시작하며 만나는 작은 미물도 이토록 아름답게 치장하고 입히시거늘, 하물며 우리 인간은 어떻겠습니까? 너희들은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을지 걱정 말라 하십니다.

알렐루야. 단연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하느님의 왕국을 구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감사하게도 곧 무수히 모기에 뜯겨도 이는 주님의 피 흘려 수난하신 큰 사랑, 작은 믿음의 훈련입니다. 모기처럼 절대 주님 곁을 떠나지 않고 귀찮게 하여 얻어 누리는 미사의 은총 덕분으로, 성체와 성혈로 새 생명을 얻어 시든 영혼 생기 돋워 주시고 낮추인 우리를 낮추 아니보시는 영광의 주님께서 희생양 파스카 구원의 신비로 산 이와 죽은 이 모두에게 자비로이 나누어 주시는 위로의 주님을 만납니다.

그 위로의 작은 장면, 미사 후 좋으신 신부님께서 딸 가타리나와 놀아주시는 가운데 사랑 많은 사제의 흰 수단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자신을 내려놓은 착한 목자의 흰 수단은 그리스도께서 입혀주신 순결한 어린양의 흰옷, 그리스도의 성혈로 깨끗이 빤 의로움입니다.

거룩한 이름의 그분께서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피의 성배를 마신 덕분에 우리는 거룩한 미사성제를 통해 감사히 보혈을 얻어 누립니다. 그 힘으로 오늘도 제게 주어지는 영적 훈련의 길 ‘골고타’를 거부하지 않고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를 짊어지고 완덕의 길, 구원을 향해 겸손되이 순례자가 되어 걷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최성민(소화데레사·제1대리구 정자동주교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