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평신도 희년 1년 한국 평신도가 갈 길은…

(가톨릭신문)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인 ‘공동합의성’(Synodalitas) 실현이 평신도 희년을 지낸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평신도 희년을 보내면서 평신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한국평협) 설립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평신도 희년이 진행됐다. 올해는 수원·원주·마산교구 등의 평협이 50주년을, 인천·제주평협도 40주년을 맞는 등 희년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평신도의 교회 직무 참여에 한계를 느낀다는 지적도 들린다.

심상태 몬시뇰(수원교구 원로사목자)은 “보편교회는 평신도가 세운 교회다. 세계적으로도 평신도들이 가장 열성적인 교회인 한국교회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구교회에서는 많은 평신도들이 성직자에게 신학을 가르치기도 하고 사목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한국교회에는 서구만큼 평신도들이 교회 직무에 참여할 여지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동합의성을 배우고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한국교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 한해 한국평협을 시작으로 부산·광주·인천평협 등이 강의, 세미나 등을 마련해 공동합의성을 배우고 그 실현을 논의해나갔다.

공동합의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말하는 하느님 백성, 즉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신자들이 함께 길을 걸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 2015년 세계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공동합의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교회의 생활과 활동 방식에 해당하는 공동합의성을 제도적으로 잘 표현하는 방법은 ‘협의회’(Consilium·평의회)다. 이미 1984년 발표된 한국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위원회 「사목회의의안」은 “평신도는 세례로 말미암아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그리스도의 사제직·예언직·왕직에 참여한다”며 평신도의 사목적 직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교구 사목협의회와 본당 사목협의회를 제안하고 있다. 교회법도 사목평의회(협의회)가 “성직자들이거나 축성 생활회의 회원들이거나, 특히 평신도들”로 구성됨을 규정하고 있다.(512조) 공동합의성이라는 용어 자체는 최근 화두가 됐지만, 사실상 공의회를 통해 계속 존재해온 정신이다. 현재 광주대교구를 비롯해 대전·수원·의정부교구 등 여러 교구들이 교구 사목협의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평협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공동합의성에 대한 각 교구 평신도의 반응이 뜨겁다”면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하는 줄탁동기가 한국교회에 활력을 주고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새로운 길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합의성을 다수결에 의존하는, 다수인 평신도가 교회를 좌지우지하는 방식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공동합의성의 정신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우선시하면서 서로 경청하는 태도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더불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동합의성이 온전히 실현되기 위해 평신도들이 공동합의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교회 직무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최현순(데레사) 교수는 “공동합의성은 단순히 의견을 수합하는 ‘의회주의’ 혹은 ‘다수결주의’를 교회에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씀을 듣고 말씀을 첫 자리에 놓으며 빵을 나누면서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향해가는 이 백성이 하느님의 백성답게 살고 또 받은 사명을 수행하는 실존 방식에 대해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