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썰매 개가 물 위를 걷는 기적 / 양기석 신부

(가톨릭신문)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물 위를 걷는 기적’은 주님의 신성을 드러내시는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개’들도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모 인터넷 신문사에서는 그린란드의 썰매 개들이 물위를 달리는 듯한 사진과 함께 ‘얼음 대신 물속 달리는 그린란드 썰매 개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실제로 그린란드의 썰매 개들이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아 얼음 위에 고인 물 위를 걷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보고서에 의하면 1950년 이래 관찰된 수많은 변화는 이전 42만 년 동안 전례가 없는 현상이며, 이는 인간 활동의 영향에 의한 것입니다.

일본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하기비스를 비롯한 많은 수의 태풍이 발생하여 여러 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2000년 이후 홍수, 허리케인, 태풍 등 기후 재해에 따른 피해가 46%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기후 관련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매년 2500~3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UNISDR, UN 재해경감 국제전략사무국 2015)하고 있습니다.

1995년~2015년 사이 기후 재해로 전 세계에서 60만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예외가 없었습니다. 부유한 선진국의 경우에도 뜨거운 열파에 의한 사망자가 전체 기후 재해 사망자의 76%에 이르렀습니다. 기후위기가 인간의 생명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입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이 의료기술 발전에 의한 인류의 건강개선 효과를 상쇄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986년~2008년 평균 대비 2016년 노인 인구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열사병 환자가 1억2500만 명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2015년 한 해 폭염으로 인해 최소 1억7500만 명의 건강이 악화하였고, 1990년 이후 뎅기열 발병 건수 또한 매년 두 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입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아 기온상승을 막지 못할 경우 지난 100년간의 기온 상승보다 앞으로 더 높은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PCC 5차 보고서에 의하면 산업화 이전을 기준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상승할 경우 2030년부터 식량 생산량 감소하고, 육상의 생명체와 물속의 생명체들까지 멸종될 위험이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한 세계 경제 총 손실액은 1400억~1조4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기후위기는 식량, 물, 건강 등의 인권 문제를 야기합니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2009년 ‘인권과 기후변화’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입니다.


양기석 신부(제1대리구 지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