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제2대리구 범계본당 연령회장 김순식씨

(가톨릭신문)

김순식(마리아·65·제2대리구 범계본당)씨가 본당으로부터 연령회장직을 권유받은 것은 2017년이었다. 엉겁결에 ‘네’라고 수락했으나 걱정이 컸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 2007년 작고한 남편의 유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남편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계속 기도하며 수호천사 할테니 계속 교회에서 봉사하라”는 말을 남겼다.

사별 후 깊은 상실감으로 본당에서는 미사참례만 할 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씨에게 그 제안은 남편의 청으로 느껴졌다. 딸과 아들 가족들도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연령회 활동은 이제 그의 삶에 있어서, 신앙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구심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례를 치르고 나면 몸은 고되지만, 고인들이 하늘나라에 가서 유족을 위해 또 봉사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은 참으로 평안한 상태가 됩니다.”

“인간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 일이기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심부름꾼으로 여긴다”는 그는 “특히 염습 때는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함을 배운다”고 했다.

회장을 맡은 첫해에는 장례가 잦았다. 낮과 밤 없이 연락받는 즉시 나가려고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간 한 분 한 분 장례를 치르며 김씨가 느꼈던 심정은 ‘고인들을 정말 하느님께 가는 또 다른 소풍을 보내드린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인들이 어떤 고통도 아픔도 없는, 걸림돌 없는 곳으로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마지막 길을 함께 해드린다는 면에서 보람을 느낀다. 유족이 쉬는 신자인 경우 고해성사를 보고 하느님과 화해하도록 이끄는 상황도 생기는데 그때 느끼는 뿌듯함도 크다. 90년대 초반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환자들을 만났던 경험도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다.

물론 안타까울 때도 있다. 유족이 비신자이거나 쉬는 신자일 때 연도가 문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연령회 회원들이 빈소에서 철수한 기억도 있다.

“제가 연령회장을 맡는 모습을 보고 ‘저 자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신자들이 생각하게 되고 관심을 두게 되면 좋겠습니다. 연령회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씨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핵가족화가 심화하는 사회 현상 속에서 선종한 이들을 돌보는 연령회 활동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신앙이 더 깊어진 것을 느낀다”는 김씨. “어린아이에서부터 100세가 넘은 분을 모시며, 마지막 세상 끝까지 함께하는 분은 하느님이라는 것을 실감했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몽당빗자루’ 같은 자세로 지금처럼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며 건강할 때까지 봉사하고 싶습니다. 연령회 활동은 힘닿는 날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