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재능기부로 통기타 강습하는 김현숙씨

(가톨릭신문)

10대 아들이 통기타를 배우겠다고 사다 놓은 기타가 집 한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게 어느 날 눈에 띄었다. 못내 아쉬운 심정에 ‘나라도 배워야겠다’ 싶어서 인근 복지센터 기타 강습반에 등록했다. 음정, 박자 등을 맞춰야 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강습만 받고 그저 모셔(?) 두기도 했다. ‘한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하던 중, ‘끝을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꾸준히 반복하고 연습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계속 기타를 만져온 게 5년여. 이제는 함께 기타 치는 이들과 공연에도 나선다.

3월부터 매주 목요일 제1대리구 주교좌정자동성당에서 재능기부 기타 강습을 마련하는 김현숙(요안나·49)씨 이야기다.

“미약하지만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오래 전부터 ‘재능기부’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제 할 때가 되었다’고 여겨져서 용기를 갖고 도전해 봅니다.”

“초급 첫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기초 위주로 쉽게 배우도록 하면서 성가와 일반 노래로 강습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김씨는 “본당 신자뿐만 아니라 지역 일반 주민들에게도 개방해서 성당이 친숙한 공간이 되도록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기타를 처음 배울 때는 일반 가요 위주이기 마련. 처음에 그렇게 기타를 배웠던 김씨는 강습소를 바꾸면서 가톨릭 신자인 기타 강사를 만났다. 기타 반주에 맞춰 성가를 부르는 장면을 마주하고는 성가 선율이 새롭게 다가오는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는 “본당 신자들과 기타 치며 성가를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기타 강습은 그 결심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언젠가 교구 주보에서 재능기부자 모집 공지를 본 것이 늘 뇌리에 남았다고 했다.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저마다의 달란트를 나누는 베푸는 삶이 아름답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능기부를 결정해 놓고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는 김씨는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고, ‘처음 기타를 배울 때 설레던 그 심정으로 수강자들을 만나자’고 생각하니 편해졌다”고 들려줬다.

“기타는 가지고 다니며 연주를 할 수 있는 소박한 악기입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 노래할 수도 있죠. 하느님을 더 밝게 찬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재능기부는 나눌 게 없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던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드러내 주시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도전하면 누구든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기타반을 잘 운영해서 본당 행사 때 발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본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기타를 통해 부르는 성가 속에서 하느님 사랑을 더 진하게 느끼고, 또 이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문의 010-7240-6404 김현숙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