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상담소 탐방] (2) 안산생명센터 상담소

(가톨릭신문)

경기도 안산 본오동본당 1층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자 문을 연 안산생명센터(원장 조원기 신부)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및 안산지역 공동체의 정신적·심리적·사회적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교회의 노력 덕분에 이 작은 공간에는 생명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센터 상담소는 자살, 낙태, 은둔형 외톨이 등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진 이들의 마음 회복을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미술심리치료와 미사 등을 진행하며 삶의 의미를 찾도록 격려하고 있다.

안산생명센터 상담소의 특징은 대면상담뿐 아니라 방문상담을 실시하는 것이다. 심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경우 상담자가 거주지를 방문해 상담을 진행한다. 내담자의 3명중 2명은 방문상담으로 상담자와 만난다. 멀게는 몇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방문상담을 진행하는 이유는 내담자와 유대관계를 높여 보다 효과적인 상담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생명센터 이기상(요셉) 사무국장은 “데스크 상담은 내담자의 말에만 모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가 왜곡되면 바로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반면 방문상담은 내담자의 생활패턴과 주거환경을 상담자가 직접 보기 때문에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내담자에게 편한 장소이기 때문에 밥이나 간식을 먹으며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발품이 들더라도 방문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안산생명센터의 상담건수는 1400여 건에 달한다. 생명회복 심리상담이 32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인불안(312건)과 우울과 강박(285건)으로 인한 심리상담이 뒤를 이었다.

내담자의 연령은 30~40대 비율이 가장 높다. 최근에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게 이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요즘 젊은층을 ‘취업,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 는 뜻의 4포세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내가 원했던 삶의 모습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포기해버리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소통을 단절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됩니다. 이제 독신은 사회적 현상이 됐고, 그들을 건강한 독신으로 인도하는 것도 교회가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생명을 지키는 궁극적인 길이 아닐까요.”

안산생명센터 상담소는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운영하며, 전화(031-365-4770~2), 이메일(aslife@casuwon.or.kr), 방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 이기상 안산생명센터 사무국장
“혼자 힘으로 버겁다면 용기 내 도움 청하세요”


“삶의 낭떠러지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분들이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도움의 손길에 안산생명센터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안산생명센터 상담소의 유일한 심리상담사인 이기상 사무국장. 그의 사무실 한켠에 붙은 달력에는 한 달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2월 한 달만 25명, 그중 방문상담은 20여 명에 달한다.

먼 길을 오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그가 내담자를 만나러 가는 것은 소통과 공감이 마음을 치유하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희 상담소를 찾는 분들은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에요.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여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죠. 저는 꾸준한 관계 맺기를 통해 그분들과 친해지는 작업을 먼저 해요. 처음부터 심각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죠. 천천히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마음속 상처를 꺼내놓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과거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상황이라도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고마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던 시절,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은 동료를 목격하고 대인기피증을 겪었다. 그는 “1년 반 동안 칩거하며 누구도 만나지 못했는데, 그때 유일하게 찾은 것이 하느님이었다”면서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어둠속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심리학을 공부하게 됐다.

이 사무국장은 자신에게 빛을 찾아줬던 하느님의 존재는 언제,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못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해요. 그것이 나와 가족, 공동체, 나아가 사회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죠. 하느님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도와줄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내는 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