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즐기는 나만의 ‘소확행’으로 ‘코로나 블루’ 극복

(가톨릭평화신문)
▲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회 곳곳에서 스트레스가 커지자 이럴 때일수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은 성가복지병원의 한 수도자가 내방객에게 손소독제를 뿌린 후 마스크를 전해주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1.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4주차인 정혜원(가타리나, 40, 수원교구 상현동본당)씨는 요즘 집안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일하랴 삼중고를 겪는다. 출ㆍ퇴근 시간이 절약되고 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 몸 상태에 맞춘 식단 관리가 가능해지는 등 장점도 있지만, 힘든 점도 많다. ‘눈에 안 보이니’ 직장의 관리 감독이 강화됐고 보고 업무도 많아졌다. 메신저에 의존해 일하는 게 불편할 때도 잦다. 아이 밥 차리는 일도, 집안일도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다.



#2. 염옥자(율리에타, 71, 대전교구 삼성동본당)씨는 요즘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고령으로 접어드는 터라 위험하다며 두 아들이 집에만 있으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 그러다 보니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 며칠 전부터는 미사가 중단된 성당에 가서 혼자 묵상도 하고 십자가의 길도 하고 성당 화분에 물도 주며 소일한다. 때론 그간 잊고 산 지인에게 안부 전화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사회가 온통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수준이다. ‘코로나19’와 ‘우울함’을 뜻하는 블루(blue)를 합친 이 말은 사회 구석구석에 번졌다. 재택근무로 직장인들은 집에 갇히고, 자녀들도 학교에 못 가고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적잖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도 못한다. 집 밖에 나가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버스나 전철 손잡이 잡기도 꺼림칙하다. 기침도 마음대로 못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들 피해 가는 눈치다. 점점 옥죄어오는 듯한 코로나19 확진자 발표와 자가격리 소식 등으로 불안 증세가 갈수록 심해진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최은실(마리스텔라) 교수는 “이게 다 코로나19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 병리 현상”이라며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정서적 지지가 돼야 하는데, 전염병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지지가 힘든 상황으로 몰아간다”고 지적한다.

사회 전반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그리 높지 않다.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간다. 기존 환자들도 될 수 있으면 병원 방문 횟수를 줄였다.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안, 제한된 활동에 따른 신체 에너지 감소, 부정적인 사건만을 곱씹고 반추하는 상황, 뚜렷하게 체감되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우울증은 증폭되고 화도 치민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이수정(니코데모) 교수는 “일단 불안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반응이고, 적당한 불안은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며 “다만 과도한 불안 반응이나 통제력 상실, 정보 과소비나 가짜뉴스 같은 것들이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이런 것들이 오래가면 우울증 반응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코로나 블루’를 어떻게 해소하고 풀어야 할까? 우선 스스로에 대한 개인 돌봄의 대처다. 불안이나 우울, 답답함, 분노 같은 감정 뒤에 있는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기분 좋게 해주는’ 목록을 만들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라는 권고다. ‘의미’를 찾는 대처 방법도 있다. 역경에는 의미가 있으니까, 코로나19라는 역경의 의미를 되새기며 견뎌내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대처 방식이다.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가 뿌리째 드러남으로써 건강한 종교와 맹목적 종교를 구별해내는 기회도 됐다는 의미도 거뒀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서울대교구) 신부는 “불안한 생각을 따라가면 그 생각이 커지고 증폭돼 불안의 늪에 빠지게 된다”며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 집중한다거나 좋은 향수나 그림, 음악 등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방법도 있고, 역경을 통해 성장한다는 의미 요법을 통해서도 불안 같은 감정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회 돌봄의 방식도 필요하다.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나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사회 배려다. 대구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재난 지역에 대한 집중적 전화상담 같은 방법은 대표적 사회 돌봄 사례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으로 여기고’ 친근한 눈빛이나 표정, 가벼운 눈인사나 미소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위로를 줄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못 나누는 관계 복원이나 사회 고립 관련 이슈도 관계망을 구축하는 온라인 서비스, 곧 SNS 같은 방법을 통해 극복해가는 시도도 한 가지 방법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일, 곧 안부 묻기나 기부, 선행, 명상, 신앙의 재발견 등을 통해 사회 네트워크를 재구성해 가는 방법도 있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양재원 교수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겨웠던 일상이 실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며 “불안 같은 감정이 눈덩이처럼 뭉쳐져 악순환 고리 속으로 빠져들면 나오기가 힘드니까, 작은 행복을 누리는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