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축소된 성주간 전례… 주님 수난 더 깊이 느끼고 부활하자

(가톨릭평화신문)
 
▲ 올해 성주간 목요일인 9일 서울대교구는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신자 참여 없이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한다. 사진은 서울대교구 2015년 성유축성 미사. 가톨릭평화신문 DB

 

 
▲ 염수정 추기경이 2017년 4월 15일 부활 성야 미사에서 부활초에 알파와 오메가를 새기고 있는 모습.

 

 


사순 시기 마지막 주간인 ‘성주간’이 시작됐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 파스카 성야 미사가 거행되기 전인 성토요일까지를 일컫지만, 주님 만찬 성목요일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이어지는 ‘파스카 성삼일’이 전례주년의 절정에 해당하므로, 교회는 이날들을 사순 시기와 별도로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가장 깊게 묵상하고 체험하는 때로 전례력에 있어서 가장 거룩한 주간이므로 사순 제6주간이라 하지 않고 ‘성주간’이라 한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전 세계에 유행하면서 교황청 교령에 따라 교구별로 장엄한 전례를 대폭 축소해 제한적으로 성주간 예식을 거행한다. 성주간 주요 전례 안내와 함께 교구별 제한 예식을 정리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완성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사실과 주님 수난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주요 예식은 축복한 성지(聖枝)를 들고 성당으로 들어가는 행렬과 수난 복음을 봉독하는 예식이다.

미사는 본기도부터 시작한다. 말씀 전례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수난’이다. 독서는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이사 50,4-7)와 그리스도의 겸손(필리 2,6-11)이 봉독되고, 수난 복음(가해-마태 26,14―27,66 또는 27,11-54)이 선포된다.

원주교구는 5일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재개해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예식을 거행한다. 6일부터 미사를 재개하는 서울ㆍ광주대교구와 수원ㆍ부산ㆍ대전교구 등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거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본당 사제들은 개인으로나 또는 본당 수도자들과 함께 미사와 성지 축복 예식을 거행한다. 축복한 성지는 추후 신자들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성주간 월ㆍ화ㆍ수요일

성주간 월ㆍ화ㆍ수요일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분위기를 연장한다. 독서는 종의 노래(이사 42,1-7; 49,1-6; 50,4-9ㄱ)가 선포된다. 또 복음은 주님의 수난을 예고하는 사건들로 ‘베타니아에서 향유를 부음’(요한 12,1-11), ‘베드로가 모른다고 할 것과 유다의 배신에 관한 예언’(요한 13,2ㄴ-33.36-38), ‘유다의 배신에 관한 계시’(마태 26,14-25)가 봉독된다.



성주간 목요일 성유 축성 미사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주간 목요일 아침에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한다. 주님께서 성목요일에 성품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념하는 미사이다. 그래서 교구 사제단이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한다. 또 교구장 주교는 미사 중 사제들의 서약을 갱신하고, 1년 동안 세례와 견진ㆍ병자ㆍ성품성사 때 사용할 성유를 축성한다.

올해 성주간 목요일인 9일 서울대교구는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신자 참여 없이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한다. 인천ㆍ청주ㆍ마산ㆍ대전교구도 각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사제단만 참여해 미사를 거행한다. 광주대교구는 사제와 수도자만 참여하고, 수원ㆍ춘천ㆍ부산교구는 사제단과 한정된 인원만 참여한 가운데 미사를 봉헌한다. 원주교구는 원동주교좌성당에서 좌석을 150석으로 제한하고 미사를 봉헌한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부터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된다. 주님 만찬 미사는 주님의 마지막 만찬과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을 기념한다. 이날 전례는 발 씻김 예식, 성체 축성, 수난 감실로 성체를 옮겨 모심, 밤중 성체조배 순으로 거행된다.

미사 중 대영광송을 시작할 때에 모든 종을 친다. 이후부터 파스카 성야 미사 대영광송을 할 때까지 오르간 연주와 종을 치지 않는다. 말씀 전례는 주님 만찬의 예형인 유다인의 파스카 만찬(탈출기 12,1-8.11-14)과 사도 시대 성찬례의 핵심을 전해 주는 만찬 내용(1코린 11,23-26)이 봉독된다. 또 복음은 마지막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주님(요한 13,1-15)이 선포된다. 미사 후 성체가 수난 감실에 모셔진 뒤 사제는 침묵 중에 제대를 벗기고, 제대 십자가를 밖으로 치우거나 보라색 천으로 가린다.

올해는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로 미사 중 주님께서 인류에 대해 끝없이 펼치신 사랑과 희생, 겸손과 봉사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발 씻김 예식’이 생략된다. 또 대부분 교구에서 주님 만찬 미사의 끝에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를 따로 성체 보관장소(수난감실)로 옮겨 모시는 행렬은 생략하고 감실에 그대로 모신다. 아울러 밤샘 성체 조배도 생략하거나 예식이 거행된 성당에서 성가나 기도 낭송 없이 개별적으로 침묵 가운데 성체 조배와 묵상하는 방식으로 소박하게 진행된다.



주님 수난 성금요일

성금요일은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날로 전례주년 가운데 가장 비통한 날이다. 그래서 이날은 미사도 없으며,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제외한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는다.

주님 수난 예식은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진다. 말씀 전례 때는 주님 종의 넷째 노래(이사 52,13―53,12)와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 우리 죄를 대신하신 구세주이심(히브 4,14-16; 5,7-9)이 선포된다. 또 요한의 수난 복음(18,1―19,42)이 봉독된다.

올해는 보편 지향 기도 때 특별히 교황청의 교령에 따라 아픈 이들, 죽은 이들과 실의에 빠진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십자가 경배는 이날 주님 수난 예식의 중심이다. 십자가 경배를 통해 십자가가 지닌 주님의 수난과 죽음, 사랑에 감사드리고 우리의 잘못을 뉘우쳐 새사람이 될 결심을 하는 예식이다. 사제는 제대 앞에 서서 십자가를 가린 천을 머리, 오른팔, 몸 전체 순으로 벗기며 “보라 십자나무…”를 노래하면 교우들은 “모두 와서 경배하세”로 화답한다. 이 예절이 끝나면 신자들이 차례로 나와 십자가를 경배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교구에 따라 십자가 경배는 사제만 하고, 회중들은 각자 자리에서 깊은 절로 함께 하는 곳도 있다.



성토요일

시간 전례 외에는 아무런 전례가 없는 날이다. 고해성사와 임종자의 노자 성체만 허용된다. 이날은 주님께서 무덤 안에서 쉬시는 때이며 저승에 내려가시고 천국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모든 이들과의 신비로운 만남(1베드 3,19-20)을 기억하는 날이다.



파스카 성야

파스카 성야는 어둠과 죽음에서 빛과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거룩한 밤이다.

파스카 성야 미사는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예식, 성찬 전례로 구성돼 있다. 빛의 예식은 불과 부활초의 축복, 행렬, 부활 찬송으로 이루어진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대부분 교구는 올해 빛의 예식에서 불 축복과 촛불 행렬을 생략한 채 부활찬송만 할 예정이다.

또 말씀 전례에 이어 거행되는 세례 예식은 생략하고 세례 서약 갱신 예절만 진행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