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공짜 밥상 / 윤가영

(가톨릭신문)
저는 모태 신앙인입니다. 천주교 신자인 부모님 밑에서 성장해 자연스레 주일학교를 거쳐 대학 입학 후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도 하는 등 청춘을 거의 성당에서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논문 준비를 위해 스페인 연수를 결심하며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접었습니다. 이때 교회에서 좀 멀어지나 싶었는데, 연수 후 귀국하자마자 친정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얼떨결에 입사 지원을 하게 돼 지금껏 교회 기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미사가 봉헌되기에, 그간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에 대해 아주 무뎌져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할 일이 많을 땐, ‘미사 시간에 차라리 일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을 한 적도 많습니다. 미사 중에 딴생각하느라 집중하지 못했던 적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교구 내 모든 공동체 미사가 중지되는 상황에 부닥쳐보니 이제야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뭐든지 잃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법이지요. 너무나 당연하게 그리고 별 감흥 없이 여겨졌던, 미사 중 주어지는 은총이 이제 너무 간절합니다.

누군가가 사주는 공짜 밥이 처음에는 참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만 매일 얻어먹다 보면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오히려 불만을 토해내기 마련입니다. 제겐 미사의 은총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일 제게 공짜 밥을 주시고 계셨는데, 투정만 부리고 감사한 줄 모르고 뻔뻔하기까지 했던 제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은 과연 어떤 심정이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집에서 아이들이 반찬 투정할 때 느꼈던 마음을 떠올려보면, 쉽게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일 매일 저를 위해 공짜 밥상을 차려놓고 계셨습니다. 배가 불러서 마다한 적도 많았고 귀찮게 여기기도 했으며 반찬이 맘에 안 든다고 투정도 부렸습니다. 주시는 대로 받아먹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반찬 투정을 하고 있었던 저 자신을 이번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코로나19 사태로 미사가 중지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하느님께서 주시는 공짜 밥상의 소중함을 과연 알았을까 싶습니다. 하느님! 정말 죄송합니다.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며 주시는 밥 마다하지 않고 밥알을 한알 한알 정성껏 꼭꼭 씹어 삼키고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겠습니다.





윤가영 (체칠리아·제2대리구 오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