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와 축복식’ 의미

(가톨릭신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7일 오후 6시(한국시간 3월 28일 오전 2시)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서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을 바라보며 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와 축복식을 주례했다.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상을 향해) 특별 강복도 이어진 기도회에서 교황은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라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묵상했다. 이날 기도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풍랑을 맞서 주님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이 고난을 이겨내자는 교황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어스름이 깔리고 비로 젖은 성 베드로 대성당 안마당에서 성체가 담긴 성광을 로마와 온 세상을 향해 들었다. 교황은 이날 기도회를 주례하며 주님께 코로나19로 난파되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세상을 구원해 달라고 간구했다.

교황은 기도회 중간 코로나19에 대한 자신의 묵상을 통해 전 세계에 “두려워 말라”라고 당부하고, “주님께서는 우리를 풍랑의 회오리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교황은 모두에게 “회심으로 우리의 생활양식을 바꿀 것”을 역설했다.

교황은 우리 인류가 불가능이 없다는 듯 전속력으로 달리며, 이익을 탐하고, 주님의 경고에도 멈추지 않고 전쟁과 세계적 불의 안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우리 인류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지나가는 지 선택하고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가려내는 판단의 시간을 준 것”이라면서 “주님과 타인을 향한 삶의 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기도의 힘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심이 아주 깊다. 교황은 기도의 힘을 굳게 믿고 있으며 주님께서 오늘날의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아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황은 과거 주님께서는 전염병으로 고통 받던 신자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러한 자신의 메시지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교황은 이날 기도회에 두 개의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당 정문 앞에 모셨다. 그 중 하나는 로마의 수호자인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이콘, 바로 성모대성당에 있는 ‘로마 백성의 구원자’(Salus Populi Romani) 성모 이콘이다. 로마인들은 6세기와 19세기 각각 페스트와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 이 이콘 앞에서 기도했고, 이 기도의 힘으로 전염병을 이겨냈다고 믿고 있다.

또 하나는 성 마르첼로 성당에 있는 기적의 십자가다. 로마인들은 1552년 페스트가 다시 창궐했을 때 이 십자가를 들고 로마 거리를 돌며 기도했고, 이 때문에 전염병이 사그라들었다고 믿고 있다. 교황은 지난 3월 15일 도보로 두 성당을 순례하며 기도하기도 했다.

기도의 힘을 믿은 교황은 이날 성체를 들고 우르비 엣 오르비 강복을 줬다. 이날 기도회를 TV와 인터넷, 라디오 등을 통해 참석한 모든 신자들은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 대사제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은 “이날 교황의 축복을 받은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죄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성체를 모시고 고해성사를 한 뒤 교황의 지향에 따라 기도를 하면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 배에 탄 인류

교황은 이날 기도의 순간에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기치 못한 심한 거센 풍랑에 닥쳐 놀랐던 것처럼,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고 모두가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만 텅 비었던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격리된 채 바이러스의 공포에 무서워 떨고 있었다. 교황은 “짙은 어두움이 우리 광장과 길거리와 도시로 몰려들었고, 우리의 삶은 벙어리가 돼 버린 침묵과 황폐한 허무가 사로잡아버렸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두움 한 가운데에서, 교황은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고, 모두가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모두가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들이며, 모두가 같이 노를 젓고 모두가 서로를 위로해야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자들처럼 우리도 혼자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오로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교황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하고 있는 질문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다. 바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지금, 주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교황은 “주님께서 잠에서 깨신 뒤에 바람과 물결을 멎게 하시고는 제자들에게 꾸짖는 목소리로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라고 말씀하신다”라면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부르시자마자, 제자들을 구해주셨다”고 역설했다.


■ 코로나19라는 풍랑

코로나19는 3월 30일 현재 전 세계 206개 나라에 퍼져 70만 명이 넘게 감염되고, 3만3000여 명이 죽었다.

교황은 “이 풍랑은 우리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우리가 일생과 계획, 습관, 우선에 두었던 그 거짓되고 과장된 자신감의 민낯을 드러냈다”면서 “이 풍랑은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 양분을 주고 지탱하고 힘을 주는 것을 잠들어버리게 놓아 뒀는지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더구나 이 풍랑은 우리 백성들의 영혼을 살찌우기를 잊어버리고 겉포장하려는 온갖 시도들을 드러내 보여준다”면서 “우리의 뿌리에 호소하고 우리 선조들의 기억을 회상하기 위한 모든 시도들을 무기력화시키고, 결국 우리가 역경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성조차 우리에게서 없애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이 풍랑 속에서 언제나 우리 자아에 가면을 씌우던 상투적인 화장이 지워지고, 자기 자신만을 걱정하는 우리 자아는 쓰러지고 말았다”면서 “축복받은 공동체의 소속감,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형제자매로서의 소속감이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십자가는 우리의 희망

이런 역사적 순간 교황은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믿음을 가지고 호소하라고 야단치시고 주님이 계시다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로 가서 의지하도록 이끌어 주신다”면서 “주님께서는 이 유혹의 시기에 연대와 희망을 다시금 일깨우도록 초대하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우리를 구원하는 닻, 우리를 구속하시는 키, 희망이라면서, “그분의 십자가 안에서 우리는 치유되고 그분의 구속하시는 사랑 안에서 그 무엇도 우리는 떼어낼 수 없도록 안겨 있다”고 강조했다.

“애정이 부족하고 만날 기회가 없어 고통 받는 격리의 시간, 우리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탄한 교황은 “우리는 구원하시는 말씀, 그분은 부활하셨고 우리 곁에 살아계신다는 말씀의 선포에 한 번 더 귀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주님의 십자가를 껴안아, 우리의 마음 안에 성령께서만 일으킬 수 있는 창의성을 위한 자리를 내어 주자”면서 “두려움으로 벗어나 희망을 주는 믿음의 힘, 바로 주님을 껴안자”고 역설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