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단상] 예수님 부활, 내 안에 늘 살아있기를 / 지철현 신부

(가톨릭신문)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우리 생각 속에 우리 삶 속에 죽어있었던 예수님에 대한 생각, 예수님의 말씀이 다시 우리 안에서, 우리 삶 속에서 기억되어 살아나는 것, 이것이 ‘부활’입니다. 나아가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믿음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살아낼 때,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내가 진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 것입니다(1테살 5,16-18). 제가 성대 폴립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수술은 30분 정도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전신마취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로부터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만일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에 하나하나 서명을 하였습니다. 서명할 때마다 저는 기분이 좀 이상하였습니다. 눈을 다시 뜨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술 당일, 저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는지, 함께 있어 주었던 친구 신부가 저에게 ‘긴장하지 마, 괜찮아’라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 받아보는 수술이라 저도 모르게 그랬나 봅니다. 수술 후, 눈을 뜬 저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무엇인가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사물, 사람 등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세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우리는 오늘을 삽니다. 오늘 하루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오늘은 어제의 연장선에 있는 내일이 아니라, 하느님이 새롭게 창조, 부활시켜 주신 새날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부활’하는 것입니다. 매일 아침 죽었다 다시 살아난 우리는 ‘주님만을 섬기고, 이웃을 도우면서 살아가는’(아침기도 중 봉헌의 기도) 이 세상에 살아있는 그리스도가 되는 것입니다.

부활은 파스카, 곧 건너감의 축제입니다.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 하느님이 손수 마련하신 제물인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를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요한 15,20)으로 건너가게 해 주셨듯이, 오늘도 우리에게 다시 건너감을 체험하게 해 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을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걸어가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먹을 음식이, 물이, 구름 기둥이 나타나 그들을 더 큰 구원으로 이끌어가셨듯이, 우리에게도 예수님이 부활하시어, 다시 나타나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이는 예수님이 우리 가운데 다시 살아나시어, 이 시간은 분명 건너가 부활하여 더 큰 기쁨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하시면서 우리를 위로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다는 의미(루카 24,15)로 다가옵니다.

이제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은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차례입니다. 이 세상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통해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바로 ‘내가 곧 예수이다.’라는 마음으로 나를 통해 힘들어 하는 이웃을 고통으로부터 건너가게 해 주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희생으로 우리의 죽음이 건너가 부활하여 기쁨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듯이, 우리가 이웃의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웃이 어려움을 잘 건너갈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신앙인인 우리들이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이웃을 다시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냇가에 놓인 돌처럼 고마운 디딤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습니다. 태양은 스스로 비추지 않으며, 꽃은 스스로 향기를 품어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자연의 규칙입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당신이 행복할 때 삶은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때 훨씬 좋습니다. 변화하는 나뭇잎의 모든 색은 아름답고, 변화하는 삶의 모든 상황은 의미가 있으며, 둘 다 매우 분명한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기억합시다. 그러므로 투덜거리거나 불평하지 말아요. 고통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표시이고, 문제가 있는 것은 우리가 강하다는 표시이며, 기도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표시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이 진리를 인정하고 마음과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의미 있고, 달라지며, 더 가치 있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2017. 3. 25일 메시지)

예수님의 부활, 내 마음에 늘 살아있기를. 주님, 내 가슴에 사랑이 일어나게 하소서.




지철현 신부 (미리내본당 주임 겸 미리내 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