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가톨릭생명사랑청년모임 이루니(카리타스) 회장

(가톨릭신문)

“예민한 게 싫은 게 아닐까요?” 이루니(카리타스·제1대리구 보정본당)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생명 문제는 옳은 길이 있지만, 누구도 갈등을 선호하지 않기에 잘못임을 알고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씨는 “교회 안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고, 침묵은 동조”라면서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져도 솔직히 말해야 죽음의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 생명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당당히 말할 용기를 낸다”고 했다. 이어 “저도 ‘나 하나 얘기해서 뭐가 바뀌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나 하나라도 얘기하면 바뀐다’”면서 “생명 경시 문화는 타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3년생, 스물일곱. ‘요즘 청년’이다. 하지만 이씨의 성·생명에 대한 생각은 요즘 청년들 생각과 다르다. 낙태가 여성의 권리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 등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만연한 현실에서 여성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고 목소리 높인다. 이씨는 매달 생명 관련 책을 읽고 논하는 가톨릭생명사랑청년모임을 구성해 벌써 5년째 회장을 맡으며, 교구 생명수호대회를 주관하고 신생아 돌봄 봉사 등 생명 수호 활동에도 열심이다.

이씨가 이렇게 생명을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된 건 가정환경 덕이다. 3년간 난임으로 고생한 이씨의 어머니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처음 성당에 들렀는데 신기하게도 그 후 이씨를 임신·출산했다. 이후 세례를 받은 어머니는 생명교육 수업 등에 참여했고, 이 일화들을 이씨에게 들려주며 이씨도 자연히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다. 이씨는 “가정환경과 대학 시절 환경 살리기 활동 등 돌아보면 다 생명과 연관됐다”면서 “2015년 ‘그냥, 왠지’ 생명 캠프를 다녀오고 싶어 갔다 온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생명 캠프를 경험하고 현재 가톨릭생명사랑청년모임 활동을 하는 이씨는 “괴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생명 캠프에서 처음 교회의 성교육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신자 청년들 안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고, 지금은 모임 안에서는 생명을 중시하지만 모임 밖에만 나가면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문화가 팽배해 그 사이에서 괴리감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렇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교회 안팎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릴 기회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교회에서도 미사 봉헌, 성경 공부 정도이지 생명에 관한 대화의 장, 축제의 장은 거의 없고, 본당에서도 강론이나 교육에서 생명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모든 본당에 생명분과가 생기는 등 생명에 대해 더 관심 갖고 시스템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씨는 “청년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우리도 좀 더 생명에 관심 갖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실천하며 생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비다누에바 같은 활동이 1분 만에 신청 마감되고 다녀온 사실 자체가 자랑이 되는 것처럼, 생명 관련 프로그램도 마련돼서 금방 신청 마감되고 다녀왔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도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