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청소년 사목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서용운 신부

(가톨릭신문)
본당 청소년위원장 교육 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부 중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계층은 누구인가요?”

이에 대부분의 위원장님이 ‘중고등부’라고 대답하였다. 그 이유를 물으니,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성당에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필자를 포함하여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한 대답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고등부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잘 나오지도 않고, 성당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신앙적 주제에 흥미 없어 하는 학생들 모습을 보면 분명 제일 신경 써야 할 계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동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 본다는 ‘아이들의 사생활’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김 교수에 의하면 청소년 시기에는 전두엽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는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신경회로나 신경세포들은 다 솎아져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초등학교 시절 때 신앙적 가치관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인식되지 않으면 뇌 구조가 크게 변하는 청소년 시기에 신앙적 가치관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두엽 발달에 따르면 초등부 시기에 신앙적 가치관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시켜 주지 않으면, 중고등부와 청년 시기에는 신앙적 가치관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힘들다. 이러한 사실이 청소년 사목이 힘든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중고등부와 청년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초등부가 상대적으로 다른 계층보다 나아 보인다고(?) 해서 결코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을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교육이 강조되는 지금, 몇몇 본당에서 심심치 않게 속성교육으로 첫영성체나 견진 교리를 준비한다고 한다. 물론 단순한 지식 전달 차원에서는 속성 교육이 아이나 선생님에게 여러모로 편리하겠으나 그 아이가 정말로 그 기간을 통하여 신앙적인 가치관을 중요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였는지의 문제는 별개이다. 아이들 신앙 여정을 통틀어 교회에서 받는 교육 중 가장 양질의 교육인 첫영성체와 견진교리를 어떻게 알차게 채우느냐에 따라 아이들 머릿속의 신경회로들이 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교육을 결코 속성으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첫영성체 교육을 왜 중고등부와 청년 때가 아닌 초등부 때 하는지, 가장 중요한 교육을 초등부 때 하는지, 그 이유를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그 중요성에 대해 절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초등부 관련 교육자 및 사목자들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가 초등부 시기 교육 심리학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좀 더 새롭게 바뀔 수 있다면, 청소년 사목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