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12·끝) 기획을 마무리하며

(가톨릭신문)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희망이시고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이하 권고) 제1항은 이렇게 시작한다.

총 9장, 299항으로 구성된 권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스도를 통한 희망과 젊음을 이야기한다. 교회 내 젊은이들과 어른들은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현시켜 왔을까. 본지는 지난해 8월부터 대학생부터 주교까지 각 장의 주제와 관련된 총 9팀의 젊은이들과 어른들을 만나 권고 내용을 현실적으로 드러내고 조명했다. 교황의 메시지와 함께 이들의 응답을 종합해 본다.



■ 젊음, 은총과 축복의 시간

교황은 “젊다는 것은 하나의 은총이고 축복”(134항)이라며 젊음의 시간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교황의 메시지에 젊은이들은 어떻게 응답했을까.

“그리스도는 분명히 살아 계십니다. 진심을 다해 하느님께 기도해 보니, 믿음이 부족하거나 의심이 많은 것과 상관없이 예수님은 늘 우리 곁에 계시다는 것을 느낍니다.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믿기 때문에 젊음은 은총이고 축복의 시간입니다.”

제5장 ‘젊음의 길’에서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담당 최봉용·김도연 신부) 산하 한국항공대학교 ‘아오스딩’ 소속 박민재(프란치스코)씨가 말한 내용이다.

서울대교구 청년연합회 정승아(테레지아) 부회장은 제1장 ‘하느님 말씀은 젊은이들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는가?’에서 “젊은 마음은 하느님 부르심에 긍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거부하는 것도 긍정의 한 측면”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하느님을 모르는 척하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 없지만 부정, 거부한다는 것은 거기에서 이유를 찾고 다시 긍정할 수 있는 변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교회 내 젊은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간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고 있다.

한편 젊음의 시각에서 교회에 대한 아쉬운 점도 드러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소속 김예슬(아기 아가타)씨는 제8장 ‘성소’에서 성(性)에 대해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지적하며 “성은 하느님의 선물, 곧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라고 하지만 교회 안에서 성에 대한 대화는 경직돼 있다고 생각한다. 성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교회의 본래 가르침이 왜곡돼 오히려 성의 억압된 측면을 다루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대화를 통해 교회의 가르침이 우리 가슴 깊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교회의 가르침과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황은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며 제6장 ‘뿌리 있는 젊은이들’에서 세대 간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위의 마을’(대표 박기호 신부)에서 세대를 아우르며 살아가는 장길산(요한 사도)씨는 “일상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었다. 서로 간의 지지와 격려가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모여 무엇인가를 함께하는 자체로 기쁘고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며 마을 어른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설명했다.


■ 젊음의 길을 동반하는 어른들

교황은 서로 간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젊은이들뿐 아니라 “사목자들과 신자들을 아우르는 하느님 백성 모두”(3항)에게 권고 메시지를 전한다.

교황의 권고에 교회 내 어른들은 어떻게 응답했을까.

자오나학교 교장 정수경 수녀(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는 제3장 ‘여러분은 하느님의 지금입니다’에서 10대 미혼모들이 자라 온 환경을 안타까워하며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이 일어나 밥 먹고 놀고 수업하고, 때때로 잔소리도 합니다. 옆에서 함께 있어 주고 울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인식할 때 점점 마음이 열리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 아이들도 누군가를 위해 울어 주는 사람이 돼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살레시오 나눔의 집 담당 김승욱 수사(살레시오회)는 제4장 ‘모든 젊은이를 위한 위대한 메시지’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리스도께서 분명 살아 계시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기 위해 감시자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고, 운동하는 친구로서 옆에 있어 주고 있다”며 “아이들이 성실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스도를 발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회 내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상처에 공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무엇보다 겸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소희 수녀(성심수녀회)는 제9장 ‘식별’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알면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과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이러한 사람들과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들은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기도해야 한다”며 동반의 길을 제시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제2장 ‘영원한 젊음이신 예수님’에서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쇄신하고 시대 징표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회가 젊음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사목자들이 먼저 권위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경청하고 동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본당 차원에서도 젊은이들을 위한 사목에 집중하는 모습도 드러났다. 제7장 ‘청년사목’에서 의정부교구 남양주 별내본당(주임 이재정 신부)은 위기에 직면한 청소년사목을 극복하고자 ‘어린이가족 사목협의회’(이하 어사회)라는 이름으로 가정과 주일학교의 통합적 사목 형태로 접근했다. 어사회를 창설할 당시 별내본당 주임이었던 김성길 신부는 “가족해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대상황이 바뀌었다”며 “최초의 신앙 전수자이자 가장 밀접한 교육자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사회와 같이 세대가 통합된 형태가 오늘날 청소년사목에 적절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장이 마련될 때 부모와 자녀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기획을 통해 만난 교회 내 청년들과 사목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고민과 함께 그리스도를 드러냈다. 교황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도 그리스도를 향하며 함께 동반할 것을 약속한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저의 기쁨과 희망은 여러분이 여러분 앞에 펼쳐진 길을 계속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모습만 바라보며 계속 달려가십시오. 성령께서 여러분에게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여러분의 추진력, 여러분의 통찰력, 여러분의 신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곳에 여러분이 먼저 도착하면 거기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를 기다려 주십시오.”(299항)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