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교회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 서용운 신부

(가톨릭신문)
코로나19로 인하여 아이들이 성당에서 교리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교리교육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제공했던 교리교육의 양과 질을 그대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리교육을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이전에 먼저 현행의 교리교육들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만약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공교육일 것이다.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운 아이들이 성당에서 하느님 창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진화론을 배운 아이들이 하느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학교에서 피임을 중점으로 한 성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회에서 제공된 공교육을 통해 가치관이 형성된 아이들에게 있어서 교리는 그야말로 뜬구름 잡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공교육을 통해서 어떠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대중문화의 시류 안에서 아이들이 어떠한 가치관을 영향받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의 예방 차원으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교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신앙적 차원의 세계관, 신관, 인간관을 형성시켜 일상 안에서의 올바르고 건강한 신앙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제 교리교육은 아이들의 입장을 세밀히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선험적으로만 중요시했던 것들 예를 들어 단순히 말씀 중심, 전례 중심, 교회 중심만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교회의 가르침이 중요하다는 식의 일방적 가르침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교회에 대한 괴리감만 가중할 수 있다.

코로나 19시기를 맞이해서 많은 본당이 곳곳에서 현행 교리를 대체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실천하고 있다. 이 시기에 교리교육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온라인 활용, 비대면 방식, 소수 접촉 등)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를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대안 중 하나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신앙적으로 궁금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설문지를 통해 파악해서 핵심 주제들을 선정하고 그 부분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거로 생각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할지에 대한 뼈대가 나오게 된다면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살을 붙이는 작업은 더욱 용이해지리라 생각한다.


서용운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