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가톨릭교회가 연대와 평화의 길 열어야

(가톨릭평화신문)
▲ 2020한반도평화나눔포럼 로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평화를 건설할까.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는 22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초불확실성 시대의 팬데믹과 평화’를 주제로 문화관광체육부에서 후원하는 2020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세 회의(session)로 나눠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 질병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 문제를 다루고,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건설해 나갈지를 짚었다. 특별 회의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초불확실성 시대에서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을 되새겼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설 평화나눔연구소 홍용표(프란치스코, 한양대 교수) 소장은 “일상의 평화와 남과 북의 화해, 국제사회 연대를 높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가톨릭교회 역할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라며 “오늘 이 자리가 연대를 통한 세상의 치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에서 “이번 포럼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상생과 화해의 길을 찾아갈지, 여러 전문가가 세계 차원과 한반도 차원, 교회 차원에서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평화를 사랑하고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모아 평화의 국제 연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원했다.


1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질병 거버넌스’를 소주제로 잡았다.


이를 위해 김종법(대전대) 교수는 ‘유럽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과 대응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지난 7월 7500억 유로에 이르는 EU의 경기 부양 계획과 보건 시스템ㆍ인프라 지원, 실업 위험 완화 대응 등 10가지 지원 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가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잠재우면서 현재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실행조치가 될 수 있을지는 개별 국가들과의 정책적 협력과 공조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조영호(서강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와 정부 신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코로나 사태는 정부 성과를 재평가할 기회의 창을 열었다”면서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 때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적절한 대응을 수행함으로써 정부 신뢰 하락의 추세를 다소 늦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코로나 대응에 다소 과다한 수준으로 지원에 집중하고 방역에 힘쓰겠지만, 다른 분야에서의 정부 활동과 비상사태 이후 정부 신뢰에 대한 고민도 지금부터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영만(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장)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치유’를 짚고, “팬데믹 상황에서 특별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기준이 요구되고 실행돼야 한다”며 “이는 연대성에 기초한 것이며,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덕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팬데믹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공동선의 촉진”이라며 “이는 일개 국가만이 아니라 전 인류적 차원에서 대처해야 할 과제”라고 주문했다.


▲ 2020 한반도 평화나눔포럼 2회의는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대북지원과 가톨릭국제네트워크 문제를 다뤘다.



2회의는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평화’라는 소주제에 집중했다.


정일영(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한반도 정세 변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발표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신뢰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 동북아 국제정치의 영역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신뢰를 이행하는 과정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균(그레고리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조건 : 대북지원의 딜레마와 성공 요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북제재 아래서도 북한에 지원이 가능한 원조방식의 효과성을 높이고, 대북제재에서 평화공존으로 새로운 전환이 조성될 때까지 대북지원의 인도주의적 특징을 전략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 원조 방식에서 장기적 개발협력 방식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조 공여 주체가 수혜국에 제시하는 원조 조건을 평화 조건으로 전략화해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UN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같은 국제사회 규범이나 원칙을 대북지원에 적용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내다봤다.

연세대 통일학 박사학위 협동과정을 밟는 황소희(안젤라)씨는 ‘가톨릭 국제네트워크의 대북지원 구조’라는 주제발표에서 “국제와 국내를 넘나드는 가톨릭교회의 대북지원은 공동의 규범에 입각한 초국경 네트워크라는 성격에 따라 해외 교회와 국내 교회, 국내 교회와 해외 민간단체가 결합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 2020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마친 뒤 이어진 만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이 평화의 국제연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기를 희망했다.



3회의는 ‘초불확실성 시대 평화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한홍순(토마스) 전 교황청 주재 한국 대사는 ‘보편적 평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이라는 발제에서 “교회는 평화 건설을 위한 원리를 제시했다”며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평화의 문화를 창달하는 일, 평화교육을 강화하는 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 인권을 증진하는 일, 전쟁과 분쟁을 예방하고 중재하는 일 등 다양한 차원의 활동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평화 건설에서 교황청 외교와 교황의 역할에 주목했다. 나아가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도”라고 덧붙였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